"끔찍하다" 엄마가 버리려던 그림…90억짜리 작품이었다

입력 2024-10-04 21:07   수정 2024-10-04 21:22


이탈리아의 한 가정집에 방치돼 있던 그림이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으로 보인다는 감정을 받았다.

3일(현지시간) AP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폼페이의 한 가정집 지하실에서 피카소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발견됐다.

그림의 가치를 처음 알아본 건 이 집의 아들 안드레아 로 로쏘(60). 그는 "이탈리아 남부 카프리섬 출신인 아버지가 1962년 우연히 이 그림을 발견해 폼페이로 이사 올 때 가져왔다"며 "이후 이 그림은 수십 년 동안 우리 집 거실 벽 값싼 액자에 걸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로쏘는 중학교 교과서에서 피카소의 작품을 보고, 집에 걸려있는 그림이 중요한 작품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부모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풍경화를 좋아하던 로쏘의 모친은 이 그림을 "끔찍하다"며 처분하려 했고, 이 그림은 한동안 지하실에 방치돼 있었다.

부모를 설득시키지 못한 로쏘는 20대가 된 이후 동생과 함께 직접 이 그림의 진위를 확인하기로 했다. 이 그림을 파리 피카소 미술관에 가져가자, 미술관 직원들은 "진품일 리 없다"고 말했하면서도 더 자세한 검토를 위해 그림을 남겨두라고 제안했다. 이들은 그림을 맡기지 않았다.

이후 수년 동안 그림의 진위를 확인하려 시도하다, 사기꾼들에게 속아 돈을 빼앗기는 일도 있었다.

그러다 최근 이들은 예술품의 감정과 복원 등을 다루는 아카디아 재단으로부터 의심할 여지 없이 피카소의 작품이 맞는다는 감정 결과를 받았다. 재단 측은 루쏘가 감정을 의뢰한 그림에 사용된 물감이 피카소가 해당 시기에 사용한 물감과 일치하고, 그림 왼쪽 위에 있는 서명이 피카소의 것이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피카소가 카프리섬을 자주 방문한 점을 미루어, 이 그림이 피카소의 연인이자 사진작가였던 도라 마르를 모델로 한 작품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나왔다.

현재 이 그림은 밀라노에 있는 금고에 보관 중이며, 진품 인정을 위해 스페인 말라가에 있는 피카소 재단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아카디아 재단 측은 만약 이 그림이 피카소의 작품이 맞다면 약 660만 달러(약 87억5000만원)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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