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레바논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교민 96명과 레바논인 1명 등 97명을 군수송기를 투입해 긴급 대피시켰다.
5일 외교부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이들이 탑승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는 낮 12시50분께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했다. 이 수송기는 외교부 신속대응팀과 군 의무요원 등을 태우고 지난 3일 김해공항에서 출발했고, 4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 도착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압달라 라쉬드 부 하빕 레바논 외교장관에게 직접 문자 메시지를 보내 한국 국민의 안전한 귀환을 위한 레바논 정부의 협조를 당부했다. 하빕 외교장관은 조 장관의 요청을 "잘 알겠다"고 하면서 한국이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로서 중동 정세 안정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데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정부는 레바논에서 이용 가능한 민간 항공편의 항공권을 우리 교민들이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군수송기 투입을 전격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일 긴급 경제안보점검회의를 열고 우리 국민의 안전한 철수를 위한 군수송기 투입을 지시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레바논 등 중동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중동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다양한 안전 조치를 지속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레바논과 이스라엘에 여행경보 3단계(출국권고), 양국 접경 지역에는 4단계(여행금지)를 발령 중이다.
이번 교민 철수작전에 투입된 군수송기 '시그너스'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위험 지역에 체류하는 우리 교민을 대피시키는 작전에 투입됐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을 받았을 때 우리 국민 163명, 일본인 51명, 싱가포르인 6명 등을 실어나르기도 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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