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냐", "니네 나라로 꺼져"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출연자 선경 롱게스트가 받은 댓글이다. 그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유튜브 영상에만 8000개 이상 악플이 달렸다. 이걸 사이버불링이 아니라고 정당화해보라"며 호소했다. 그가 방송에서 다른 출연자와 의견 충돌을 빚는 과정에서 보인 모습 등을 두고 누리꾼들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에 몰려가 악성 댓글(악플) 수천개를 달았다.
온라인 악플 문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5년간 경찰이 접수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건수는 12만건에 육박했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으로 접수된 사건은 2019년 1만6633건에서 2020년 1만9388건, 2021년 2만8988건, 2022년 2만9258건으로 계속 증가하다가 지난해 2만4252건으로 다소 줄었다.
검거 건수는 2019년 1만1632건, 2020년 1만2638건, 2021년 1만7243건, 2022년 1만8242건, 작년 2만390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 5년간 8만145건에 달한다.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 등 유명 인사들이 뉴스 기사에 달린 악플에 고통을 호소하자 국내 포털 사이트는 2019년부터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을 막았다. 하지만 악플러들은 당사자의 SNS로 직접 찾아가 욕설과 모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유명 인사들 뿐만 아니라 방송에 출연한 일반인들에게도 악플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누리꾼들의 도를 넘은 악플은 남에게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구에서 비롯한 행위일 수 있으며 특히 SNS를 통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기대가 비뚤어진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일종의 '영웅심리'"라며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자신한테 동조하는 사람을 쉽게 얻을 수 있는 SNS가 좋은 재료가 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악플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SNS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 교육은 물론 온라인상의 괴롭힘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플랫폼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디어의 광범위한 확산에 걸맞은 성숙한 사용자 의식이 부족하다"며 "미디어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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