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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3개국이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과도한 금융 규제를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가 "EU 경쟁력이 실존적 위기에 처했다"며 EU 당국의 변화를 촉구한 지 약 3주 만이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주요 경제국인 이들 세 개 국가 정부는 지난달 말 EU 집행위의 존 베리건 금융 서비스 담당 국장에게 "금융 규제 제정에서 신중함을 기울이고, 대신 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차기 집행위원들이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국가는 "미국 등 다른 주요 관할권과의 공정한 경쟁의 장을 확보하기 위해 이미 시행된 일부 규제도 완화해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내달 출범하는 차기 집행위가 금융 분야의 대규모 규제 이니셔티브를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은행권에 트레이딩북(거래 목적으로 단기 보유하는 자산과 부채를 기록하는 회계 장부)을 기반으로 더 높은 자본 적립률을 요구하는 규제안을 거론했다.
이는 미국과 영국 등 다른 국가들이 관련 규제를 약화시키고 있는 움직임을 의식한 요구로 풀이된다. 미국 규제 당국은 바젤3 은행 건전성 규제의 마지막 단계로 대형 은행의 자본금 요건 강화를 추진해왔으나, 최근 자국 은행권의 반발을 수용해 최초 예고안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축소했다. 3개국은 서한에서 "은행 포트폴리오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녹색 자산 비율'도 수정해야 하고, 기후 위기 및 전환 리스크에 대해 더 일관되고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이는 규제보다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려는 세계적인 정치적 기조 변화의 최신 신호"라고 전했다. 지난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은 "과도한 규제 제정이 EU를 비경쟁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KBW 분석가들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은행 당국이 성장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데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의 리스크 회피 성향이 새로운 대출을 억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은행에서의 대출 증가세는 비은행권에서보다 더 환영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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