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의 트렌드 인사이트] 요노(YONO)족이 사는 법

입력 2024-10-06 16:33   수정 2024-10-07 00:07

호캉스, 오마카세 등 플렉스 소비 유행을 이끌던 ‘욜로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며 전전긍긍하기보다 현재의 삶에서 즐거움을 누리겠다는 의미로 사용돼 왔다. 그런데 최근 이런 소비 기조에서 변화가 관찰된다. 욜로를 즐기던 사람들이 요노를 외치고 있다. 요노란 ‘You Only Need One’을 줄인 말로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뜻이다.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함으로써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알뜰하고 실용적인 소비를 즐기자는 것이다.

요노의 대표적 사례는 절약이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이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 537명에게 추구하는 소비 형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절약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외식, 배달 음식 대신 집밥으로 해결하기’(40.7%, 복수응답)를 1위로 꼽았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편의점 소비가 늘고 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 1인당 월평균 결제 횟수는 GS25가 3.63회로 가장 많았다. 1인 가구가 많은 국내 청년층 수요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중고 의류도 인기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중고 패션 카테고리의 유료 거래액은 약 6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 늘어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용자 78%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사이에서 ‘Y2K’와 ‘그랜드마(그랜드파)코어룩’ 등 2000년대 스타일이 유행하며 중고 의류나 이를 리폼해 판매하는 ‘빈티지 패션 시장’이 급부상했다. 교통비도 과감히 줄였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 2030세대 택시 이용 건수는 21%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차 구매의 경우 올 상반기 2030세대의 수입차 구매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그 대신 같은 기간 국산차 구매가 34%, 중고차 구매가 29% 증가했다. 렌터카 소비 건수도 25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수단에서도 알뜰한 소비를 지향한 것으로 보인다.

요노 소비의 이면에는 지갑이 얇아진 2030세대의 경제 상황이 있다. 39세 이하 가구주의 2023년 평균 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연 167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6% 올랐다. 더불어 3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동시에 빚을 진 다중 채무자가 국내에 447만3000명 있는데, 이 중 2030세대가 무려 31%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요노 트렌드를 반영해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 중이다. 일례로 뱅크샐러드는 지난 6월 팀원을 모아 지출 통제를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샐러드게임’을 선보였고, 카카오뱅크는 맥도날드, 메가박스 등과 협업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26주 적금’을 내놨다. 불황이 장기화할수록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실속을 챙기는 요노 트렌드가 주류 소비층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업의 비용 구조를 재점검하고 소비자 니즈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디테일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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