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철기의 개똥法학] 사법부에도 '투자'가 필요한 이유

입력 2024-10-06 16:30   수정 2024-10-07 00:05

지난달 말 판사 임용에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관 임용에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이 늘어날수록 우수 자원 확보가 어려워지고, 법관 고령화로 사건 처리가 지연될 것이라는 사법부 내외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이는 ‘법조일원화’를 완화하는 셈인데, 실제 법관 임용에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을 7년 또는 10년 이상으로 늘리면 우수 자원이 법관에 지원할 가능성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변호사나 검사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사람이 30대 후반 또는 40대 초반에 뒤늦게 판사로 임용돼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를 받으며 고된 업무를 감당할 유인이 부족한 점이 원인일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더라도 바로 판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우수 자원이 대형 로펌 변호사나 검사를 선호하는 것이 최근의 현실이다.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젊고 우수한 자원이 법관에 지원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측면에서 이번 개정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법관 증원이 필요하다. 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수가 늘어나고 과거보다 사건 난도도 높아졌지만 각급 법원 판사 정원은 10년째 3214명에 머물고 있다. 만성적 법관 부족과 그에 따른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관 증원이 절실하다.

사법부 예산 부족도 심각하다. 전체 국가 예산에서 사법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0.43%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해 올해는 0.33%로 떨어졌다. 이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한국 사법부 연간 예산은 산림청보다 적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관 시설이 노후해도 보수가 어렵고, 법관 급여 인상률은 물가상승률보다 낮다. 예산을 확보해 법관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국민에게 양질의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할 전제 조건이다. 장기적으로는 사법부 독립을 위해 사법부에 독자적 예산 편성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사법부는 법관 개개인의 맨파워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조직이다. 역량 있는 법관에게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받기 원한다면 그런 목표에 걸맞은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충분한 투자 없이 법관 개개인의 신념과 희생에만 기대 좋은 재판을 바랄 수는 없다. 대형 로펌 1년차 변호사의 급여가 대법원장 급여보다 많은 것이 과연 정상일까.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 중 우수 인력이 법관에 지원하지 않고, 한창 일할 나이의 법관이 사직을 결심하는 것은 사법부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심각한 위기이자 손실이다. 우수 인력이 법관에 지원하고, 정년까지 자부심을 품고 일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확실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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