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 탄소만 뽑아낸다…빅테크 꽂힌 '넷제로' 기술

입력 2024-10-06 19:03   수정 2024-10-07 00:39


“인류가 그간 방출한 탄소는 대기에 담요처럼 겹겹이 쌓여있습니다. 이걸 빨아들여 ‘탄소 담요’를 얇게 한다는 점에서 우리 기술은 역사의 오점을 해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이달 초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인근 헬리셰이디. 이곳에서 스위스의 클린테크 스타트업 클라임웍스는 직접공기포집(DAC) 공장을 운영 중이다. 막심 윌리엄스 DAC 플랜트 수석매니저는 “DAC는 역사를 클린업하는 기술”이라며 이같이 소개했다.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별도 시설에 저장하는 DAC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할 신무기로 낙점한 기술이다. 클라임웍스가 올해 상반기부터 아이슬란드에서 두 번째로 가동을 시작한 DAC 프로젝트 이름은 이 기술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빙하기 이전에 존재했던 대형 포유류 ‘매머드’에서 이름을 따왔다.
○세상에 없던 기술
클라임웍스가 아이슬란드에서 운영 중인 매머드 프로젝트는 DAC 시설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연간 최대 3만6000t의 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약 8600대의 내연기관차를 없애는 것과 같은 효과다. 클라임웍스가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오르카 프로젝트보다 아홉 배 더 많다.

DAC는 발전소, 공장 등 배출원에서 탄소를 포집하는 탄소포집저장(CCS)과 달리 공기 중에서 탄소를 뽑아내 격리하는 기술이다. 매머드 공장에서는 대형 팬 864대가 공기를 빨아들인 후 내부 필터를 통해 탄소만 모으고 있었다. 윌리엄스 매니저는 “필터에 탄소가 가득 차면 100도로 가열한 뒤 물을 주입해 탄산수 형태로 만들고, 이를 지하 저장장치로 옮긴다”고 설명했다.

청정한 지열에너지가 풍부한 아이슬란드는 에너지 집약적인 DAC 설비를 가동하기 위한 최적지로 평가된다. 탄소 포집에 필요한 전기를 청정에너지로 생산할 수 있어서다. 물에 녹인 탄소를 현무암에 주입해 결정화(광물화)하는 기술을 갖춘 아이슬란드 기업 카브픽스와의 협력 필요성도 클라임웍스가 이곳에 공장을 연 이유다. 클라임웍스는 노르웨이 케냐 캐나다 등에서도 DAC 사업을 펼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지원을 받는 루이지애나주 DAC 허브에도 참여하고 있다.
○빅테크가 투자하는 이유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가동 중인 DAC 공장은 18개다. 블룸버그NEF는 현재까지 발표된 22개의 DAC 프로젝트가 모두 실현되면 2030년까지 대기 중 탄소 1200만t을 없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 내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DAC산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고(高)비용이다. 클라임웍스가 매머드 설비에서 1t의 탄소를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0달러로 추산된다. 회사 측은 이 비용이 향후 15년 안에 t당 200~3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50년까지 t당 100달러로 비용을 낮추는 것이 DAC산업의 중요한 임계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윌리엄스 매니저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값싼 원자력 발전을 DAC와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빅테크의 투자가 늘고 있는 점은 DAC산업이 성숙기로 접어드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구글의 X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280어스는 최근 미국 오리건주에 새로 완공한 DAC 시설에 4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메타, 쇼피파이, 스트라이프 등이 2022년 결성한 프런티어 연합이 이번 투자를 이끌었다.

빅테크가 DAC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센터만 해도 탄소를 배출하는 각 단계에서 100% 탄소를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를 상쇄하기 위한 기술이 DAC다.

레이캬비크·헬리셰이디=김리안 기자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 기후변화대응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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