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동 전쟁의 정치적 해법을 찾기 위해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수장을 제거한 데 이어 후임 수장으로 꼽히는 하솀 사피에딘도 표적 공습하는 등 하마스·헤즈볼라·후티를 향한 ‘3면 전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보도 전문 채널 프랑스앵포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이제 최우선은 정치적 해법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가자지구에서 싸울 무기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는 아무것(무기)도 공급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방국가 중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 중단을 언급한 첫 사례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이스라엘에 방어용 장비만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해 이스라엘에 3000만유로(약 440억원) 상당의 군 장비를 수출했다. 지난달 영국도 국제 인도주의법을 위반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일부 무기 수출을 중단했으나 여전히 이스라엘에 군수품 공급을 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매년 30억달러(약 4조원)어치 무기를 주는 미국 역시 무기 공급을 계속한다는 방침은 변함없다. 중동의 수니파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도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을 두고 이스라엘을 비난할 뿐 분쟁 자체에는 중립을 지키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부터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본격화했다. 헤즈볼라는 지난 1년간 하마스 편에 서서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국경과 외곽 근거지뿐 아니라 베이루트 시내까지 맹폭해 헤즈볼라 지도부를 궤멸시켰으나, 레바논에서 3주 만에 1만 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부수적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날 역시 공습을 계속한 가운데 지난달 사망한 나스랄라에 이어 지도자로 지목된 사피에딘과도 연락이 끊겼다. 이스라엘은 사피에딘이 지난 3일 폭격에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미군과 영국군은 이달 초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영국 유조선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지난 4일 항구 도시 호데이다의 공항과 예멘 수도 사나 일대, 중서부 다마르 지역 등 후티 반군이 장악한 15개 시설을 공격했다. 미국은 이란을 향한 이스라엘의 보복 수위도 논의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내가 그들(이스라엘) 입장이라면 석유 시설을 공격하기보다 다른 대안을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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