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이 투입하는 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공개매수가 83만원 기준으로 보면 MBK·영풍 연합은 당초 66만원 때의 2조원에 비해 5000억원을 더 넣어야 한다. 자사주 매입에 3조1000억원을 쏟아붓는 고려아연은 자체 자금으로 부족해 사모사채로 1조원, 기업어음(CP)으로 4000억원을 조달했다. 여기에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이 4000억원을 태우기로 했다. 1조7000억원 규모의 차입한도 계약도 맺었다.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세계 1위 비철금속 업체인 고려아연의 펀더멘털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게 경제계의 우려다. 양측이 동원한 사모펀드와 대규모 차입은 언젠가 고려아연이라는 사업체를 통해 뽑아내야 할 돈이다. 대규모 배당으로 미래 투자 재원이 고갈될 수 있고 핵심 자산 매각이 이뤄질 수도 있다. 특히 고려아연은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 진출을 앞둔 상황이다.
경영권 인수가격이 평소 시세를 훨씬 넘어서는 주가로 책정돼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자칫 1990년대 후반 대농과 신동방그룹이 미도파백화점을 둘러싼 적대적 인수합병(M&A) 전쟁에 나섰다가 양측 모두의 공멸로 끝난 사태가 재연되지 말란 법도 없다. 양측 사모펀드는 도산하는 일이 없겠지만, 고려아연처럼 국내 핵심 공급망의 한 축을 맡은 기업이 경쟁력을 잃는다면 국민 경제 전체로 큰 손실이다. 어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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