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인구가 50% 특허 획득…네덜란드 천재들 다 모인 혁신클러스터 '브레인포트'

입력 2024-10-06 18:03   수정 2024-10-07 02:14

네덜란드에는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3대 포트(port)가 있다. 스히폴공항이 글로벌 인적 교류의 중추 역할을 하는 관문 공항(에어포트)이라면, 로테르담항은 유럽 최대 물동량을 처리하는 해상 교통의 요충지(시포트)다. 여기에 더해 ASML의 도시인 에인트호번과 펠트호번은 ‘브레인포트(brain port)’로 불린다. 세계 각국의 인재가 모여들어서다.

1916년 개항한 스히폴공항은 군공항이 시초다. 펄을 개간해 마련한 활주로는 1920년대 현대화 작업을 통해 유럽의 관문으로 거듭났으며,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디지털 전환(DX)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70년 마스강 지류인 펄 지역에 댐을 건설하면서 시작된 로테르담항은 동인도회사의 중추 역할을 했다. 최근엔 자율 로봇 기중기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세계에서 선적 시간이 가장 짧은 항구에 올랐다.

스히폴공항과 로테르담항의 변신을 도운 건 인구 77만 명에 불과한 브레인포트다. 브레인포트의 중심 도시인 에인트호번은 유럽 최대 가전업체로 명성을 쌓은 필립스의 도시로 통한다. 필립스는 1891년 에인트호번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PSV 에인트호번의 PSV는 ‘Philips Sport Vereniging(필립스 스포츠 클럽)’의 약자다.

1990년대에 에인트호번은 필립스의 경영 악화로 큰 위기에 빠졌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 정부, 필립스, 에인트호번공대가 힘을 합쳐 ‘하이테크캠퍼스(HTC)’를 세웠다. 2003년에는 HTC를 개방해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를 형성했고, 이듬해인 2004년 브레인포트를 출범시켰다. 정보기술(IT) 중심 기업을 육성하고 해외 기업에 세제 혜택을 부여해 지역을 살리겠다는 복안이었다.

브레인포트는 지역 개발과 산학연 모델을 결합하면서 인재, 기업, 국제화, 기술, 기초 다섯 가지에 집중했다. 그 결과 브레인포트는 네덜란드 전체 연구개발(R&D)비의 3분의 1이 집행되는 지역이 됐다. 지난해 기준 브레인포트 지역 인구는 네덜란드 전체의 4%에 불과하지만 특허 수는 50%를 웃돈다.

PSV 에인트호번의 유니폼에는 ‘BRAINPORT’ 문구가 새겨져 있다. 기술이 지역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브레인포트의 ‘대장’ 역할을 하는 ASML은 2022년부터 ASML 주니어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초등학교에서 엔지니어링 수업을 하고 있다.

에인트호번·펠트호번=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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