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교통사고를 낸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가 사고 직전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등 위험천만한 운행을 이어가는 모습이 공개됐다.
6일 연합뉴스TV가 공개한 전날 새벽 이태원역 삼거리 교차로 인근 CCTV 영상에는 다혜씨가 몰던 캐스퍼 차량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을 보면 다혜씨 차량은 우회전 차로에서 좌측 방향 지시등을 켜고 교차로로 진입했다.
사고가 벌어진 삼거리에서는 좌회전을 하려면 1차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은 뒤 주행해야 했지만, 다혜씨 차량은 우회전 표시가 있는 2차로에서 좌회전 지시등을 켜고 교차로에 진입했다. 맞은편에서 오던 차들과 엉킨 다혜씨의 차량은 간신히 좌회전해 빠져나갔다. 이후 다혜씨는 차선을 변경하다 뒤따라오던 택시와 부딪혔다.
경찰 음주 측정 결과 다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로 면허 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다혜씨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했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의 음주운전 사고 소식은 정치권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최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던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음주운전은) 해선 안 되는 일"이라며 "당의 입장이 다를 것이 있겠나. 특별히 다른 (말씀드릴) 내용은 없다. 이 정도로 말하면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반응했다.
국민의힘은 맹공을 펴고 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시절 음주운전에 대해 "살인 행위"라고 했던 발언을 끌어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문 전 대통령 시절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라고 명확히 강조하고 또 강조하지 않았냐"고 했다.
나경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현 대표 이재명과 개딸들은 탄핵 폭주 운전, 민주당 전 대표이자 전 대통령의 딸은 음주운전"이라며 "그들의 거짓 선동과 위선, 뭐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결국은 다 드러나게 돼 있다"고 했다.
김장겸 의원은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하더니 드디어 행동을 개시했다"며 "음주운전은 살인이라고 청와대에서 같이 살던 분이 얘기했었는데, 아무리 아버지 말씀이 궤변이 많더라도 들을 건 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가운데 일부 야권 극렬 지지층 사이에서는 다혜씨를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반응이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친야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미행에 당한 것 같다. 요즘 워낙 스트레스 많이 받는 상황이라 술 먹고 판단이 흐려진 틈을 타 운전하는 것 보고 바로 신고했을 확률 100%다. 24시간 미행하다가 건수 잡아서 적발한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우리가 이해해주고 감싸줘야 한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음주운전까지 했을까. 너무 딱하다", "현직 대통령 와이프는 디올 백 받아도 일반인이라고 괜찮은데, 은퇴한 대통령 딸은 평생 공인으로 살아야 하니 뭔가 이상하다", "그래도 전직 대통령 딸인데 경차 타고 다니시는 것 보니 제대로 된 분은 맞는데, 너무 안타깝다"는 반응이 포착됐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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