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은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조 바이든 정부를 이어받는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는 것이 한국에 유리한 점은 사실이지만 누가 되더라도 우리나라 산업에 기회와 위협이 모두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자동차와 배터리산업엔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해리스 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구매 및 제조 보조금을 고수하고 자동차 관세도 중국 외 국가에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에 대한 정부 지원 축소, 미국 외 생산 차량에 최고 100%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내연차 등은 일부 수혜를 볼 수 있지만 배터리·자동차 밸류체인 전반의 안정적 성장엔 해리스 부통령 당선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산업 향방은 양측의 대중 견제 방향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분석했다. 양쪽 모두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유사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첨단전략 분야에 한정해 수출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중국 성장을 견제하고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de-risking)’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을 공급망에서 아예 분리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을 추구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이 더 이득이 될 수 있다. 중국 첨단반도체 분야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만드는 화웨이, 샤오미 등 수요 산업까지 전방위적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서다. 산업연구원은 “반도체법(칩스법) 입안 시기가 트럼프 1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내 투자에 대한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할 가능성도 낮다”며 “중국 반도체의 기술 추격을 늦춘다는 점에서 한국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철강, 화학 등 기반산업은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가운데 누가 들어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철강, 화학 등 탄소 과배출 산업에 대한 친환경 규제 강화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국의 쇠락한 제조업을 부흥하기 위해 관세·비관세 장벽 강화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산업연구원은 어떤 시나리오라도 미국 주도의 탈중국화,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거스르기 힘든 만큼 새로운 국제 분업 구조에 맞춘 산업·통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은미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중심의 세계 무역 질서 확장 국면이 종료되고 주요국 모두 새로운 가치사슬을 형성하는 단계”라며 “특정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 구축과 대체 불가능한 산업의 발굴·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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