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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는데도 중국 내수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자금이 잇따라 유입돼 활황을 맞은 중국 증시와 대조적이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 격화, 유럽의 ‘관세 폭탄’ 등으로 중국 경제를 두고 암울한 전망이 사라지지 않는 데다 오랜 기간 이어져온 경제 불안 탓에 중국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위축된 내수 소비가 중국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최대 성수기에도 꽉 닫힌 지갑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10월 1~7일)에 넘쳐나는 관광객에 비해 실제 소비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국경절 연휴 직전인 지난달 말부터 중국 정부가 ‘바주카포’(큰 화력을 지닌 경기 부양책)급 정책을 발표하면서 침체된 소비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와 확연히 다르다고 SCMP는 분석했다.중국에서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여행 상품을 주로 선보이는 여행사 디어보이지의 관원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국경절 연휴에 관광객이 늘었다는 뉴스가 많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며 “오히려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고객이 더 없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최고 휴양지로 꼽히는 하이난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이난성의 한 여행사 직원은 “성수기지만 호텔 객실료를 비롯해 다른 가격을 전혀 올리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예약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65%에 그쳤고 2019년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중국중앙TV 등 관영 매체는 올해 국경절 연휴 첫 사흘간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과 철도·선박·항공을 이용한 이동자가 하루 평균 3억 명에 육박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광지마다 입장권 예매량이 급증해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보다 17.2% 증가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하지만 소비 측면에선 성수기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SCMP 지적이다.
중국 SNS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안후이성 황산을 찾은 중국 관광객이 화장실과 식당 바닥에 모여 하룻밤을 보내는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가을 제철 음식이자 국경절 주요 선물 품목인 민물 털게 가격은 급락했다. 고온과 태풍으로 공급량이 평년 대비 10%가량 줄었는데 국경절 연휴를 전후해 한 달 새 8마리 기준 2688위안에서 1488위안으로 가격이 반 토막 났다.
전문가들은 중국인의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소비 쿠폰 지급 정책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8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전망치(2.5%)를 크게 밑돌았다. 소비 지출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60%가량을 차지한다. 따라서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중국이 목표로 한 올해 ‘5% 안팎’ 성장률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
추가 경제 회복 패키지 내놓을 듯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도 증시만 불붙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중국 정부는 추가적인 경제 회복 패키지를 내놓을 예정이다.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국경절 연휴 후 첫 업무일인 8일 기자회견을 연다. 장관급 인사들이 참여해 경제 회복을 위한 구조 개선과 추가적인 패키지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발전개혁위는 주로 정부 투자와 국유 기업의 자금 운용 확대 등을 포함한 확장적 재정·금융 정책을 담당한다. 전문가들은 각종 금리를 인하한 중국 정부가 공공 지출 확대 방안 등을 추가로 내놓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의 경기 부양책이 시장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 내수에 온기를 미치고 지속적으로 효과를 내려면 재정 부문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재정 지원을 포함해 충분한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더해진다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굴레에서 벗어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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