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셰프'가 너무 어려워서 '다시는 (경연 프로그램에) 안 나가야지' 생각했는데…한국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저를 떠올려줬다는 사실이 영광이었습니다."
백악관 국빈 만찬 셰프로 활동했던 에드워드 리(52)가 7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 TOP8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참가 소회를 밝혔다.
지난달 17일 '흑백요리사'가 넷플릭스에서 처음 공개됐을 당시, 에드워드 리가 심사위원이 아닌 경연자로 등장하자 함께 경연에 참여한 셰프들은 "저분이 왜 여기에", "여기에 계실 분이 아닌데"라는 반응을 내놨다.
에드워드 리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요리사이자 작가다. 그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할머니와 함께 주방에서 시간을 보낸 영향으로 11세부터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미국의 유명 요리 경연 대회인 '아이언 셰프'에서 우승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요리계의 '오스카 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상 후보에 지금까지 9번이나 올랐다. '톱 셰프'(Top chef), '더 마인드 오브 셰프'(The mind of chef) 등 유명 요리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2017년에는 미국 '컬리너리 지니어스'(Culinary Genius)라는 요리 경연 대회에서 영국 스타 셰프인 고든 램지와 함께 심사위원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4월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백악관 국빈 만찬을 준비한 셰프로 알려지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기념으로 백악관에서 한국계 셰프인 에드워드 리를 게스트 셰프로 초청한 것이다.
당시 에드워드 리는 미국 식자재에 고추장, 된장 같은 한국 전통의 재료를 더했다. 기존 백악관 셰프들과 협업해 양배추, 콜라비 등의 채소와 고추장소스를 곁들인 메릴랜드 게살케이크, 당근과 잣을 곁들인 소갈비찜, 바나나 스플릿·레몬 아이스크림·민트 쿠키 크럼블·된장 캐러멜 등으로 구성된 디저트를 선보였다.
'흑백요리사'의 회차가 거듭되면서 에드워드 리가 요리에 임하는 진지한 모습, 한국말이 서툴러 연출된 유쾌한 멘트들, 팀전에서 심사단들의 시식평을 경청하고 조리법을 수정하는 진솔한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그에게 호평을 보냈다. 누리꾼들도 "이 아저씨 음식은 다 먹어보고 싶다", "외모부터 서사까지 한 편의 영화 같다", "이 분은 울림이 있는 말씀만 하신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흑백 팀전에서 육류, 해산물 중 각자 희망하는 재료를 고를 때 그가 "물고기"라고 발언한 장면이 온라인상에서 화제였다. 한국말이 서툰 그가 식자재를 고르며 내뱉은 단어가 "웃기다"는 반응을 이끌어 낸 것. 이를 인지하듯 에드워드 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요리할 때 영감을 얻는 원천'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뜸 "물고기"라고 답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끌어내기도 했다.
이어 에드워드 리는 "미국에서 자랄 때 한국 음식을 많이 먹었다"며 "미국,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먹었지만 언제나 한국의 맛을 기억하고 그걸 재현하려고 많은 생각을 했다"며 참신한 요리를 구상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세미 파이널 1차전 '인생을 요리하라'에서 에드워드 리가 선보인 요리는 '참치 비빔밥'이었다. 그는 방송에서 심사위원석으로 향하며 "심사위원에게 가는 길이 길었다. 가끔 '돌아가서 뭔가 고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 번 걷기 시작하면 끝까지 걸어야 한다"고 '흑백요리사 명대사'를 남겼다.
다만 해당 경연에서는 심사와 관련된 논란도 있었다. 비빔밥의 속 재료와 밥을 함께 뭉쳐 튀겼는데, 이를 두고 안성재 심사위원이 "비비지 않는데 (이 요리를) 비빔밥이라고 할 수 있냐"라며 백종원 심사위원에 비해 박한 점수를 준 장면이다.
이에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심사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에드워드 리는 미소와 함께 "(지금이라도) 요리 제목을 비빔밥 말고 주먹밥으로 바꾸고 싶다"며 심사평을 재치있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에드워드 리는 지난달 8일, '흑백요리사' 공개를 열흘 앞두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흑백요리사' 출연 사실을 알렸다. '흑백요리사'의 공식 포스터와 함께 "올해 나는 이 쇼를 촬영하기 위해 서울에 갔었다"며 "대한민국 최고의 셰프들과 함께 요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고, 내가 물려받은 '유산'(heritage)을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또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시간을 셰프 커뮤니티와 문화에 푹 빠져 보낸 적이 없었다"며 "한국 요리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에드워드 리는 "다양한 맛을 경험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한국의 맛을 간직해왔다"며 "내가 보는 모든 것, 만나는 사람, 제 삶과 역사를 돌아보며 그 속에서 영감을 떠올리는데, 늘 한식의 재료와 맛으로 (답이) 돌아온다. 한식은 제 영혼과 같다"며 한국과 한식에 대한 사랑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 최종 승자는 8일 공개되는 11~12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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