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전세보증금반환 보증으로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대위변제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0년 7월 상품 출시 이후 반환보증 가입 건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몇 년 내에 사고액이 조단위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한경닷컴이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전세보증반환보증 대위변제 금액은 1208억원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172억원 수준으로,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 기준 대위변제액이 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는 건수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20년 7월 출시 이후 2020년 1597건에서 2021년 5904건, 2022년 1만5519건, 2023년 3만5567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 8월 말까지 3만377건을 기록하고 있다.
가입 건수가 늘어남에 따라 주금공의 대위변제액 금액 역시 증가했다. 2022년 4월에 첫 대위변제가 발생했는데, 그 해에 61억원에서 2023년 840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세 사기와 깡통전세의 여파를 그대로 흡수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해 3조5544억원의 전세보증금을 대위변제한 바 있다. HUG의 전세보증 대위변제금이 지난 2020년 4415억원에서 단기간에 '조' 단위까지 폭증한 것처럼, 주금공의 전세보증금 대위변제 금액 역시 폭증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HUG의 전세보증 대위변제금은 2021년엔 5041억원, 2022년엔 9241억원이었고, 올해는 4조원이 넘어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돈을 돌려준 뒤 회수하는 비율 역시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의 경우 대위변제한 840억원 중 회수된 금액은 164억원(19%)에 그쳤고, 올해엔 대위변제한 1208억원 중 101억원만 회수돼 회수율은 8.3%로 더 떨어졌다.
주금공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물건이 경매 진행 중"이라며 "경매 진행 시 대항력(임차권) 있는 목적물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경락인이 배당절차에서 잔여 임차보증금을 인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신속한 구상권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섭 의원은 "늘어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대위변제 규모에 대비하려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채권 회수 대책을 치밀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며 "주금공의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보증 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 내용을 근본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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