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들어 줄어들던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이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8월 초 100엔당 960원을 웃돌던 엔화 가치가 9월 들어 920원대 안팎으로 하락하자 환차익을 기대하고 엔화 투자에 나선 ‘엔테크족’이 늘어나면서다. 하지만 일본의 통화정책이 엔화 가치 상승을 이끌기에 충분히 긴축적이지 못한 만큼 엔화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9월 말 기준 1조1495억엔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8월 말(1조998억엔)과 비교해 497억엔(4.5%) 늘었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이 전월 대비 증가한 것은 6월(0.2%) 이후 3개월 만이다.
2021년 말부터 원화 대비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내에서는 싼 엔화를 사뒀다가 나중에 비싸지면 팔자는 엔테크 열풍이 불었다. 올 들어 6월까지 증가하던 엔화예금은 7월(-6.3%)과 8월(-9.2%) 2개월 연속 전달보다 감소했다. 100엔당 900원을 밑돌던 원·엔 환율이 하반기 들어 10% 넘게 뛰면서 엔화 가치 상승을 기다리던 엔테크족이 차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원·엔 재정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7월 11일 852원72전에서 8월 5일 964원60전으로 한 달도 되지 않아 11.9% 치솟았다. 일본은행이 7월 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게 영향을 미쳤다.
2개월 연속 줄어들던 엔화예금이 9월 들어 증가 전환한 것도 엔화 가치가 다시 떨어지면서 엔테크 수요가 재유입된 결과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 30일 922원51전까지 떨어진 데 이어 이달 7일엔 910원 밑으로 추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원·엔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엔화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시장 기대와 달리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의 긴축 속도가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일본은행이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며 “연말까지 원·엔 환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져 900원대 초반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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