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종로 크레디아클래식클럽 스튜디오.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등장한 첼리스트 문태국(30·사진)의 옆엔 2대의 첼로가 놓여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 네 개의 현을 사용하는 모던 첼로와 한국에선 좀체 보기 힘든 다섯 개의 현이 달린 피콜로 첼로였다. 그는 모던 첼로론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중 ‘프렐류드’를, 피콜로 첼로로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6번’ 중 ‘가보트’를 들려줬다. 스틸 현과 함께 양의 창자 등을 꼬아 만든 거트 현(아래 두 줄)을 장착한 2대의 첼로와 바로크식으로 개량된 활을 든 문태국은 사나우면서도 포근한 음색으로 바로크시대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내비쳤다.
2014년 파블로 카살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린 문태국이 바흐로 돌아왔다. 워너클래식 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새 앨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가지고서다. 그가 2019년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이번 앨범에는 ‘첼로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6곡)이 담겼다.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진 서울, 경남 김해, 경기 안양 등에서 세 차례 리사이틀도 앞두고 있다. 문태국은 이날 간담회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6번은 다섯 개의 현을 위해 쓰인 곡”이라며 “바흐의 의도에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처음으로 고(古)악기인 피콜로 첼로 연주에 도전했다”고 했다.
문태국은 피콜로 첼로를 연습하면서 겪은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악기의 사이즈가 모던 첼로의 8분의 7 수준이기에 코드를 짚는 지판의 간격이 다르고, 네 개의 현으로 배운 운지법을 다섯 개 현에선 모두 바꿔야 해 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거트 현의 소리는 굉장히 거칠지만, 거기에서 오는 따스함이 있다”며 “이전까진 정제된 소리, 부드럽고 깨끗한 소리만을 추구했는데, 이번 기회로 조금 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태국은 이번 음반을 두고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올해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친 그는 앞으로 2년간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음대에서 현대음악과 고음악 연주에 모두 정통한 명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를 사사한다.
“무대에서 홀로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을 끌고 가야 하는 작품이기에 벌거벗은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바흐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열정적으로 공부하진 않았을 겁니다. 죽기 전에 이 작품을 꼭 다시 한번 녹음해보고 싶어요. 그땐 ‘첼리스트 문태국’이 아니라 ‘바로크 첼리스트 문태국’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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