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행복하세요."
tvN 주말드라마 '엄마친구아들'에서 동경으로 시작해 짝사랑으로 발전한 존재 최승효(정해인 분)가 배석류(정소민 분)를 위한 프러포즈를 준비할 때 그를 축복하며 진심을 전한 이나윤(심소영 분)의 말이다. 이나윤을 연기한 심소영 역시 실제로 마주하면 주변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이었다.
'엄마친구아들'은 엄마들에 의해 만 5세까지 목욕탕 동기가 돼 바나나우유를 나눠마셨던 소꿉친구들이 십여 년의 공백기를 거쳐 인생의 교차로에서 마주친 후 벌어지는 로맨스를 그린 작품. 서로에게 '엄친아', '엄친딸'이었던 최승효, 배석류의 로맨스가 극을 이끈 가운데, 이나윤은 건축가 최승효의 건물을 보고 진로를 바꿔버릴 만큼 솔직하고 저돌적인 'MZ'의 모습을 보여주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심소영은 발랄하고 귀여운 매력으로 이나윤을 연기하며 극의 신스틸러로 활약했다는 평이다.
극 중 이나윤은 본래 미대 출신이었으나 최승효의 건물을 보고 비전공자라는 약점을 딛고 건축기사 자격증을 땄다는 설정이다. 이후 최승효가 운영하는 건축사무소 아틀리에 인까지 입사하며 성공한 덕후, '성덕'이 됐다. 감정에 솔직해 최승효에게 '직진' 고백을 하고, 이후 거절당해도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추스른다는 점에서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꼽혔다.
당차고 솔직한 이나윤의 모습은 그를 연기한 심소영의 매력으로 더욱 생생하게 그려졌다는 평이다. 반달눈의 눈웃음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심소영은 "연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3년 정도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연기자로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준비한 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 '엄마친구아들'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고 애정을 보였다.
이나윤이 미대에서 건축으로 진로를 바꿨다면, 심소영은 심리학을 전공하다 모델이 됐고, 이후 연기를 하게 된 케이스다. 데뷔 전 17세의 나이에 미국 명문대로 불리는 웨즐리 칼리지 심리학과에 입학했고, 서울대 교환학생으로 와 있던 중 모델이 됐다. 극 중 아이비리그 졸업 후 유명 글로벌 기업에 입사했다는 배석류의 현실판 '스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똑똑한 딸이 연예계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반대는 없었냐"고 물으니 "부모님이 졸업만 하라고 했다. 그런데 아직 졸업을 못 했다"고 답하며 환하게 웃는 심소영이었다.
"연기 수업을 듣고, 연극과 영화를 보고, 책도 많이 읽고, 연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컬러리스트와 프리다이빙 자격증도 따고, 복싱까지 이것저것 배우다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나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학교에 가라고 하신 거 같긴 한데, 제가 흘려들은 거 같기도 하고요.(웃음) 그래도 졸업까지 한 학기만 남았고, 부모님은 기한을 정하지 않고 '졸업만 해라'고 하셔서 다행이죠."
심소영의 부친은 오리온 총괄 부사장을 거쳐 프로농구팀 오리온스를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이끈 심용섭 전 단장이다. 심소영은 "전 부모님이 40대에 낳은 늦둥이 딸"이라며 "두 분 모두 자수성가하신 분들이셔서 저도 모르게 '보수적이진 않을까' 했는데 '쿨'하게 저를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신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엄마친구아들'이 방영 중이었던 이번 추석에는 "온 가족이 함께 본방사수를 하고, 드라마 얘기를 했다"며 "이런 경험들이 신기했다"고 전했다.
심소영이 이뤄 놓은 것들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엄친아'라고 칭하지만, 그는 "부모님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안 했어요. 어릴 땐 구구단도 못 외워서 울면서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해주시고요. 수학 점수를 26점을 맞은 적이 있는데도 그러셨어요. 50점을 넘기면 '반은 맞췄네'라고 하시고요. 그래서 오기가 생겨 제가 더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월반과 조기졸업을 거쳐 힐러리 클린턴이 선배로 있는 웨즐리에 진학한 것도 부모님 조언에 따른 거였다. 어린 딸이 미국에서 홀로 공부하는 것이 걱정돼 도심과 떨어진 외곽에 있는 여대로 진학하도록 한 것. 하지만 막상 대학에 진학한 후 "학교생활이 재밌진 않았다"며 "주말마다 3시간씩 버스를 타고 뉴욕에 왔고, 결국 한국 교환학생까지 오게 됐다"는 설명이다.
우연히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고, 그의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 남다른 '엄친딸' 이력으로 단숨에 주목받았지만, 심소영은 tvN 'SNL코리아' 크루부터 크고 작은 작품을 마다하지 않고 출연하며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연기에 진심인 심소영은 "답이 너무나 다양해 오히려 없는 연기가 너무 매력있다"면서 앞으로도 연기자로 남고 싶다고 했다.
"'이 길이 맞나', '바꿔야하나' 물음표가 생길 수 있는데, 그 시기를 잘 보낸 거 같아요. 저는 새옹지마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애매하거나 힘들면 '이유가 있다'고 믿고 있어요. 3년 동안 연기 공부만 했을 때도 힘들었어요. '연기를 하면 안 되나보다' 이랬는데 올해 첫 오디션이었던 '엄마친구아들'에 합격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다시 연기자를 꿈꾸게 됐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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