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재량권에 속하는 영역이므로, 사용자에게 상당한 범위 내에서 재량이 인정된다. 그러나 인사발령, 근무평가, 승진 등 사용자의 인사권이라고 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최근에도 하급심 판결은 단체협약상 조합원이 될 수 없는 팀장에 대해 면팀장 발령을 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하는 등 인사권 행사에 대해서도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판례는 인사고과(승진)와 같은 집단적 차별 사건의 경우에는 개개인 간의 인사고과가 아니라 집단으로 전체에 대한 인사고과를 비교대상으로 보고 있고, 더 나아가 특정 집단 근로자들에 대해 유의미한 격차가 있으면 그 인사평가가 정당하다는 점에 대해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인사발령에서 부당노동행위를 판단하는 기준과 판결례를 중심으로 인사권과 부당노동행위와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정당한 인사권과 부당노동행위 구별 어떻게
대표적인 인사권 중 하나인 배치전환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배치전환의 동기, 목적, 배치전환에 관한 업무상의 필요성이나 합리성의 존부, 전보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형량, 배치전환의 시기, 사용자와 노동조합과의 관계, 배치전환을 하기에까지 이른 과정이나 사용자가 취한 절차, 그 밖에 배치전환 당시의 외형적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추정되는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한다(대법원 1998. 12. 23. 선고 97누18035 판결 등).
◆보직(파트장) 해임 발령이 부당노동행위라는 사례(서울행정법원 2024. 8. 30. 선고 2023구합62908 판결)
회사는 업무상 필요(불법파견 소송으로 인해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함에 따라 파트장의 숫자를 줄일 필요 등)에 따라 노조 조합원 12명의 파트장 지위를 면하는 인사발령을 했다. 회사는 파트장의 지위가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조합원 자격과 병존하기 어렵고, 단체협약상 ‘파트장 이상의 직원은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이 있어 파트장과 조합원의 지위가 병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조직개편의 업무상 필요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기는 하지만 보직해임의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보직해임으로 인한 생활상 불이익이 크고(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직책수당 15만원 감소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준수했다고 보기 어려워 보직해임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고, 불이익 취급의 부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단체협약상 조합원 범위의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단체협약의 적용 범위를 말하는 것이지 조합활동을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없으며, 파트장의 지위가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볼 수 없다). 다만, 노조가 추진하는 불법파견 소송을 방해할 목적으로 이뤄진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비슷한 사건에서도 서울행정법원은 동일한 판단을 했다. 회사가 노조 간부와 반·조장 직책 간 겸직을 금지한다는 이유로 노조 간부인 근로자들을 반·조장에서 직위해제한 사건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직위해제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노조원 상당수가 근무하는 공장에서 노조 간부가 반·조장을 맡는 것이 오랜기간 허용되고 있었음에도 직위해제를 하였으며, 이로 인해 반·조장을 맡고 있거나 맡으려는 사람들은 노조 간부의 직책을 포기하거나 이에 지원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가져와 노조의 단결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서울행정법원 2022. 3. 24. 선고 2021구합60519 판결).
◆전직 조합간부에 대한 승진 발령 및 배치전환이 부당노동행위라는 사례(대법원 1998. 12. 23. 선고 97누18035 판결)
회사는 노조위원장으로 재직하다가 선거에서 낙선하고 현업에 복귀한 조합원에 대해 조합원 자격이 없는 과장으로 승진시킴과 동시에 본래 업무와 동떨어지고 생활근거지와 이격된 곳에 배치전환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해당 조합원이 조합선거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는 등 조합활동을 해 오고 있었고, 회사가 해당 조합원을 비롯한 조합간부들에 대해 노조법 위반 및 업무방해 등으로 형사고소 및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갑자기 조합활동을 할 수 없는 직급으로 승진시키고 배치전환한 것은 ‘실질적으로는 해당 조합원의 종전 노조 활동을 혐오한 나머지 이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조치’로서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보았다.
◆전직 조합간부에 대한 인사발령이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 30. 선고 2021고단582 판결)
단체협약상에 조합간부에 대한 인사발령은 노조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회사는 조합간부에 대해서는 순환보직 발령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조합간부에서 물러난 조합원에 대해 회사가 전보발령을 했는데, 노조에서는 이것이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며 형사고소를 했다. 이에 대해 하급심 판결은 해당 전보발령의 경우 업무상 필요성(직무순환 대상, 결원, 인력재배치 필요 등)이 인정되고 생활상 불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합원에 대한 승진차별이 부당노동행위라는 하급심 판결(서울행정법원 2023. 6. 22. 선고 2019구합54559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서로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는 동질의 균등한 근로자 집단인 교섭대표노조와 소수 노조 조합원들 간에 정기인사 승격 결과에서 두 집단 사이에 통계적으로 현격한 격차(소수노조 조합원의 승격률이 3.5%인데, 교섭대표노조 조합원의 승격률은 10.3%로 약 3배)가 발생했고, 그러한 격차는 회사가 소수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부정적, 차별적 의사에 기인한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과거 회사는 소수노조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중노위 결정이 있음).
특히,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노동조합 내지 근로자에게 있으나, 고과 내지 인사평가와 같이 사용자 일방만이 그 정보를 갖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동질의 균등한 근로자 집단으로 비교대상인 양 집단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격차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 인사평가가 정당하며 다른 집단과의 차이는 합리적 평가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 관한 구체적 자료를 제출할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인사평가의 경우 양 집단 사이에 유의미한 격차가 있으면, 이것이 합리적인 것이라는 점에 대해 사용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사용자의 특정 집단에 대한 인사고과와 같은 집단적 차별사건의 경우에는 개개인 간의 인사고과가 아니라 집단으로서 전체에 대한 인사고과를 비교대상으로 삼아 인사고과의 부당성과 차별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위 판결례와 다른 결과도 있다. 과반수 노조와 소수 노조(원고) 조합원 간에 보직부여, 직위승진 등에 있어서 양 집단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격차가 있었으나, 회사의 인사평가점수 부여 체계에 어느 정도 객관성이 담보되어 있다는 점, 과반수 노조는 소수 노조(원고)에서 탈퇴한 보직자 중심으로 결성되었으므로 설립 당시부터 보직자들이 많아 승진도 많았다는 점, 소수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6차례에 걸쳐 부당노동행위 분쟁을 했으나 모두 패소한 점, 소수 노조원들의 경우 상위 25% 이상의 분포도는 낮으나 인사평가점수가 그 보다 상위로 갈수록 오히려 과반수 노조원보다 많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보직 부여 등이 소수 노조원임을 이유로 한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부산고등법원 2021. 2. 18. 선고 (창원)2020나12373 판결].
◆인사담당자들의 주의사항
이와 같이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허용하는 인사권에 있어서도 법원에서는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그 경계선이 실무자에게는 모호한 경우가 많다. 과거 부당노동행위로 문제된 사례가 있는 회사라면 인사발령의 경우, 핵심 조합원에 대한 전보발령 뿐 아니라 승진 시에 주의가 필요하다(판례는 과거 부당노동행위의 전력이 있었던 회사의 인사권 행사의 경우 좀 더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경향이 많다).
특히 인사평가에 있어서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회사 차원에서 특정 노조원들에게 낮은 평가를 하도록 주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인사평가를 하는 부서장들이 회사의 방침에 반발하고 문제를 일으키고 업무에 소홀히 하는 조합원보다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는 타 조합원이나 직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주는 것이 자연스럽다보니 결과적으로 양 집단 간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그냥 방치하여 상당기간 인사평가에 있어서 특정 노조원들에 대한 낮은 평가 기록이 쌓이게 되면, 개별 근로자들에 대한 인사평가가 적절한지 여부가 아니라 집단으로서 전체에 대한 인사고과를 비교대상으로 삼게 되고, 사용자 측에서 이들 전체에 대한 인사평가가 정당하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유의해야 한다.
더구나 해당 사업장에서 과거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받은 전례가 있을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따라서 인사담당자로서는 주기적으로 또는 대규모 파업 등이 있는 시기에는 인사평가나 승진에 있어서 의도하지 않게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지 않도록 평가기준 등이 합리적이고 특정 집단에게 유·불리하지 않는지 점검하고, 부서장들을 교육하거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예를 들어, 특정집단의 승격률이 낮을 경우 특별승진이나 승진탈락자의 신청을 통한 특별승진 심사 등)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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