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이 삼성전자 실적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내년까지 호황이 이어지겠지만 삼성전자는 내부적인 문제로 호황에서 소외될 것이란 분석이다.
8일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겨울론은 지나치지만 삼성전자만 보면 겨울이 맞다”며 반도체 업황을 이같이 전망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블랙웰’과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내년까지 반도체 업황은 호황을 이어가겠지만 삼성전자는 이러한 호황에서 소외된다는 설명이다.
노 센터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에서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패키징 공법 등에서 기술적 우위를 가져가고 있고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차세대인 HBM4에서 성과를 보여야 한다”며 “코스피지수도 삼성전자 영향으로 내년에도 글로벌 증시 대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노 센터장은 최근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제기하는 ‘반도체 겨울론’은 지나친 기우라고 일축했다. 앞서 모건스탠리 등은 스마트폰·가전용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고 HBM 공급도 과잉 상태에 이르면서 반도체 업황이 둔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출시가 지연되는 것도 업황 둔화 배경으로 꼽혔다.
노 센터장은 범용 반도체 수요는 줄어들고 있지만 AI용 반도체 수요가 견조해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올 2분기 D램 시장은 전년동기대비 100.4% 성장한 229억달러, 파운드리 시장은 20.4% 증가한 334억달러 규모로 각각 집계됐다.
내년 반도체 시장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연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전체 규모는 전년대비 72% 성장한 1545억달러, 내년 규모는 2176억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일각에서 주장되는 HBM 공급 과잉론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매우 부족한 이야기”라고 정면 반박했다. 엔비디아, AMD 등 주요 AI 가속기 제조업체들이 성능을 올리면서 탑재하는 HBM 용량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블랙웰 기반 ‘B200’ 칩셋은 최대 288GB(기가바이트)의 HBM3e 메모리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나올 블랙웰 후속 칩셋인 ‘루빈’의 경우 이보다 메모리 용량이 더 늘어나 최대 764GB를 장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HBM 공급단가가 낮아질 가능성도 적다고 진단했다. 노 센터장은 “과거 클라우드 성장기를 보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 과잉을 이유로 주문을 줄이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타격을 입었다”며 “그러나 AI 칩셋은 엔비디아가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갖는 만큼 이에 따라오는 HBM도 가격이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반도체주 하락을 불러온 AI 투자 ‘거품론’도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엔비디아가 일반 기업도 AI 서비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엔비디아 추론 마이크로서비스(NIM)’를 곧 출시될 예정이고, 제약·로봇·일반 가전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노 센터장은 “이미 월마트와 같은 기업은 주요 매장에 AI 탑재 카메라를 적용해 재고 관리를 하고 있다”며 “AI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실적이 크게 차이나고 있다”고 했다.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범용 D램 시장은 미국의 중국 제재가 현실화된다면 어느 정도 극복될 것이라고 봤다. 또 최근 범용 D램의 가격 하락은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구형 D램(DDR4) 물량 밀어내기로 인한 현상이므로 DDR5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 실적엔 영향이 적을 것이란 분석이다.
노 센터장은 “미국 대선이 끝난 뒤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제재 강화가 이런 시장 교란을 바로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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