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물량공세 속 CJ ENM 살아날까…내년 영화계 기상도 [무비인사이드]

입력 2024-10-09 10:27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계는 '뉴 노멀'이 자리 잡은 모양새다. 극장 관객 수를 완벽히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영화관에서의 관람이 중요한 제작비 100억원대 이상의 블록버스터 작품들은 여전히 극장 개봉을 하고 있지만, 다른 장르의 영화는 OTT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유례없는 위기는 내년도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외 영화 산업의 장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린 포럼 등 행사에서 엿볼 수 있었다.

올 상반기 영화 산업 철수설에 휘말렸던 CJ ENM은 "국내 최고 수준인 연간 1조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작품 주요 라인업 속 한국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와 윤아 주연의 '악마가 이사왔다' 두 편이다. 영화 제작보다 TV 시리즈, 글로벌화 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윤상현 CJ ENM 대표는 "과거 숱한 천만 영화를 배출하면서 작품성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성공 방정식이 과연 앞으로도 통할 것이냐는 점에서 고민이 많은 시점"이라며 "우리가 영화산업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데 보다 고민을 많이 하고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콘텐츠 명가'라고 불리던 CJ ENM은 올해 '외계+인' 2부,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등을 개봉했으나 손익분기점에 한참 미치지 못한 관객 수를 동원하며 흥행 참패를 겪었다. 추석 시즌 개봉한 '베테랑2'에 관객 수 '1000만 돌파'에 기대를 걸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누적 관객 수 700만으로 손익분기점은 넘겼으나 1000만 고지까지 당도하기에 어렵지 않느냐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표는 콘텐츠 제작 비용 상승과 OTT가 극장을 대체하는 트렌드로 대두된 점을 불확실성의 요소로 꼽았다. 그는 "우스갯소리로 '요새 젊은 친구들을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어떻게 어두운 곳(극장)에 가둬 놓느냐'는 말도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동현 CGV 경영혁신실장은 "극장 관객 수가 팬데믹 전인 2019년의 60% 수준에 머무른다.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상당히 더디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2019년의 60∼70%가 '뉴노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물량 공세를 펼친다. 내년 공개될 한국 영화는 7편으로 지난해 일부 대형 투자배급사들의 개봉 물량에 버금가는 숫자다. 거기다 블록버스터부터 청춘멜로,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장르를 망라했다.

연상호 감독의 '계시록', 공명이 출연한 '고백의 역사', 변성현 감독의 '굿뉴스', 김병우 감독의 '대홍수', 임시완 출연의 '사마귀', 넷플릭스 첫 한국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 강하늘 주연의 '84제곱미터'가 그 주인공들이다.

넷플릭스는 2020년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무도실무관', '크로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 란'까지 23편의 한국 영화를 선보여 왔다.

김태원 넷플릭스 콘텐츠 디렉터는 "내년 두 달에 한 편 꼴로 신작 영화를 공개할 계획"이라며 "그간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내년에 선보이게 될 넷플릭스 한국 영화의 넥스트를 기대할 만하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변성현 감독은 "넷플릭스와 작업하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창작자에 대한 지원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외 시청자들의 리액션을 바로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 생소하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 별에 필요한'을 연출한 한지원 감독은 "넷플릭스와 함께했기 때문에 가능한 기회였다"며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프로젝트를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뜻깊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한국 톱배우들의 '몸값'을 올려놓은 것으로 지목되는 넷플릭스도 배우들의 출연료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오징어게임' 시리즈에 출연한 이정재의 몸값이 회당 10억 원이라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연기파 배우, 한류 배우들도 너도나도 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기 위해 넷플릭스를 선택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 디렉터는 "K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성공하고 있지만 제작비가 늘어나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예산에 적절한 출연료를 드리는 것이 배우, 작품에도 좋은 것이 아닐까"라며 "특별한 규제는 없지만, 출연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지난해 '서울의 봄'의 흥행으로 투자배급사 선두권을 지킨 플러스엠도 유해진 주연 '야당', 우도환 주연 '열대야', 연상호 감독의 '얼굴', 김한민 감독의 '더 소드', 나홍진 감독의 '호프' 등의 신작들을 소개했다.

주요 5대 배급사 중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별도의 행사를 하지 않았다. 내년 라인업도 미확정된 상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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