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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산업용 로봇에 대한 수요가 최근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만연했던 노동력 부족 현상이 누그러지면서 산업용 로봇 주문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로봇 산업 단체인 첨단 자동화 협회(AAA)를 인용해 "지난해 북미 지역의 산업용 로봇 주문 건수가 전년 대비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고 보도했다. 2022년 3분기 1만2305건으로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던 산업용 로봇 주문 건수는 지난해 3분기 6421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올해 1분기에는 8582건으로 소폭 늘었지만 1개 분기 만에 7123건으로 다시 떨어졌다.
산업용 로봇 수요가 급감한 배경은 고용난 완화다. 제조업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현장을 떠났던 근로자들의 복귀가 더뎌지면서 인력난이 가중되자 산업용 로봇에서 대안을 찾았다.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부품과 자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부품 재고가 쌓이는대로 생산을 가속화하기 위해 로봇을 활용한 것도 관련 수요를 촉진시켰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고용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굳이 산업용 로봇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는 게 미국 제조업계의 설명이다. 미국 미시간대가 수집한 인구조사국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 가운데 생산 차질의 원인으로 '노동력 부족'을 꼽은 비율은 2022년 2분기 45%에서 올해 2분기 21%로 급감했다.
제조업계 경영진은 "직원들의 이직률 감소와 생산량 감소 등으로 인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8월 미국의 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크게 변동이 없었고 가전제품, 대형 트럭, 기계 및 유정 분야의 경우 생산량이 오히려 후퇴했다. WSJ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미국 부품 기업 아테나 매뉴팩처링의 경우 2021~2022년 7대의 로봇을 구매했으나 지난해 회사 생산량이 전년보다 20% 감소한 뒤로는 로봇을 한 대만 추가했다"고 전했다.
산업용 로봇이 많이 쓰이는 전기차 분야의 판매 부진도 원인으로 꼽힌다. AAA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의 올해 2분기 산업용 로봇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줄었다. 완성차업계와 자동차 부품업계가 전기차 전환을 위한 설비 투자에 나섰지만, 최근 판매 실적이 하락하면서 산업용 로봇에 대한 의존도도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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