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경제신문이 해외 점포가 있는 4개 생명보험사(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와 5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9개 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해외 점포 합산 순이익은 155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상반기(658억원) 대비 135.9% 급증했다. 집계 대상 해외 점포 실적은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는 현지 법인과 해외 지점이다.
개별 보험사 중에선 DB손보의 해외사업 성적이 가장 좋았다. DB손보의 100% 자회사인 미국 존뮬런과 괌·하와이·뉴욕·캘리포니아 등 4개 지점은 올 상반기 62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엔 괌에 불어닥친 태풍 등의 영향으로 24억원 순손실을 냈지만 올해는 흑자 전환했다. DB손보의 해외 원수보험료는 작년 상반기 2497억원에서 올 상반기 3207억원으로 28.4% 증가했다.
DB손보는 법인 설립뿐만 아니라 지분 투자 형태로도 해외사업을 키우고 있다. DB손보는 지분 37%를 보유한 베트남 손보사 우정통신보험(PTI)에서 올 상반기 112억원의 순이익을 인식했다. 올 4월엔 베트남국가항공보험(VNI)과 사이공하노이보험(BSH) 지분을 각각 75% 인수해 최대주주에도 올랐다.
국내 1위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는 유럽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의 7개 법인 및 지점이 올 상반기 총 28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3% 증가했다.
생명보험사 중에선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의 실적 약진이 두드러졌다. 한화생명의 올해 상반기 해외 점포 순이익은 269억원으로 전년 동기(233억원) 대비 15.2% 증가했다. 한화생명이 주력하는 베트남법인의 순이익은 작년 상반기 237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06억원으로 29.1% 늘었다.
삼성생명의 해외 법인 순이익은 작년 상반기 9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26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국내 1호 해외 진출 생보사인 삼성생명 태국법인이 작년 상반기 5억원 적자를 냈지만 올 상반기 14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한 영향이 컸다.
보험업계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해외 진출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인 데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국내 보험사의 해외사업 비중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이익 규모가 가장 큰 DB손보조차 전체 순이익에서 해외 점포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5%에 그친다.
알리안츠와 악사(AXA) 등 글로벌 보험사는 해외 수입보험료 비중이 최대 70%를 웃도는 데 비해 국내 보험사는 한 자릿수에 그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보험시장 규모가 세계 7위 수준이지만 ‘글로벌 보험사’라고 부를 만한 곳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지금까지는 보험사들이 내수시장만으로 먹고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해외 진출 여부가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