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글로벌 유니콘 중 기업 가치가 가장 큰 곳은 바이트댄스로 2250억달러(약 303조525억원)에 달했다. 다음은 스페이스X(2000억달러), 오픈AI(1570억달러), 쉬인(660억달러), 스트라이프(700억달러), 레볼루트(450억달러), 데이터브릭스(430억달러) 등의 순이었다.
3위권 유니콘 기업의 가치는 모두 1500억달러를 넘었다. 4위 이하 업체와 차이가 컸다. 바이트댄스는 숏폼(짧은 영상) 플랫폼, 스페이스X는 로켓 발사체, 오픈AI는 대규모언어모델(LLM) 등에서 모두 세계 최고 기업으로 꼽힌다. 이들 업체의 몸값이 유독 높은 이유다.
상위 100개 기업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57곳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중국(14개), 인도(7개), 영국(6개), 독일(3개) 등의 순이었다. 한국은 프랑스, 호주, 네덜란드,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과 함께 글로벌 유니콘 100대 기업 반열에 1개 기업을 올렸다.
업종별로 보면 AI와 클라우드 등 엔터프라이즈 기술 분야 기업이 32곳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금융서비스(26개), 소비재 및 소매(14개), 제조(인더스트리·13개),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10개), 헬스케어 및 생명과학(5개) 등의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AI 같은 원천 테크 기술을 보유하거나 세계 곳곳에서 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춘 기업의 성장 속도가 빨랐다”고 말했다.
보통 회사는 기업 가치를 키우고 적절한 시점에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하지만 일부 유니콘 기업은 다양한 이유로 여전히 100대 유니콘 기업 명단에 남아있다. 2017년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오른 중국 바이트댄스는 중국 정부가 틱톡 관련 데이터의 유출 위험을 이유로 해외 상장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년 전 유니콘 기업이 된 스페이스X도 몇년 전부터 기업공개가 가능했다. 하지만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스페이스X 상장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오픈AI는 현재 비영리법인의 통제를 받고 있어 기업 상장이 힘들다. 조만간 영리법인으로 전환해 IPO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기부는 “유니콘 기업 탄생에는 글로벌 자금의 대규모 투자가 필수”라며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증가세 대비 국내 유니콘 기업은 정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글로벌 투자 재원을 확보해 벤처 펀드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국내 자본만으로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외국 자본의 벤처 펀드 출자 비중을 보면 인도 87%, 싱가포르 84%, 영국 74% 등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1%에 불과하다. 최근 정부가 해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선 이유다.
중기부는 해외 투자 유치 모펀드(K-VCC)를 싱가포르에 처음 설립할 계획이다. 2027년까지 싱가포르에 2억달러 규모의 관련 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기존의 글로벌 펀드도 매년 1조원 추가 조성해 2027년까지 15조원 규모로 늘린다.
유니콘 기업이 중요한 건 국가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상위 10개 상장사 중 절반 이상이 테크 스타트업으로 VC 투자를 받아 성장한 기업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아마존, 구글(알파벳), 메타, 테슬라 등이다. 모두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업체로 성장했다.
반면 국내 상위 10대 상장사 중 셀트리온을 제외하고는 모두 업력 40년이 넘은 대기업이거나 관련 대기업에서 분사한 회사다. 한국 산업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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