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캠프, 될성부른 스타트업 집중 지원한다 [긱스]

국내 최대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가 스타트업 지원 방식에 메스를 댄다. 유망 스타트업을 엄선해 투자 규모를 늘리고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디캠프는 8일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디캠프 2.0 비전 선포식’을 열고 투자와 액셀러레이팅 등 스타트업의 성장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변화의 핵심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스타트업 경진대회인 ‘디데이’를 매달 열어 최대한 많은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대부분 창업 초기 스타트업이 지원 대상이었다. 현재 디캠프의 스타트업당 최대 투자 규모는 3억원이다. 후속 투자는 하지 않았다.

디캠프는 내년 ‘디캠프 배치’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분기별로 10여 곳의 스타트업을 엄선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은 프리A(기업 가치 150억원 정도) 단계의 유망 스타트업이다. 디캠프는 후속 투자를 포함해 15억원까지 해당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최대 18개월의 프론트원 입주 혜택도 제공한다.

기업별 전담 멘토를 배정해 스타트업의 사업화 목표 설정을 돕기로 했다. 관련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맞춤형 밀착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재무와 HR(인적자원) 교육, 인재 확보를 위한 채용 프로그램, 홍보 지원, 다양한 네트워크 등을 통해 스타트업의 사업화 및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국내 벤처캐피털(VC)과의 연계도 강화할 예정이다. 첫 디캠프 배치인 내년 1분기에는 크릿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더벤처스와 함께한다. 박영훈 디캠프 대표는 “그동안 디캠프가 국내 창업 생태계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며 “이제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옆에서 개척하고 고난도 같이 헤쳐가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디캠프는 배치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올 하반기부터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한 렌트리의 서현동 대표는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고객 세분화 및 데이터 기반 프로덕트 전략을 도출했다”며 “이번 배치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더 큰 도약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디캠프의 이번 변화가 디캠프의 설립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대한 다양한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해 국내 벤처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디캠프의 목표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디캠프는 일반 VC와 달리 투자 수익을 따로 챙기는 것이 아니라 투자 수익 전액을 새로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공익재단”이라며 “재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추가로 출자받지 않는다면 지금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수익을 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