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효자 콘텐츠’인 계절 축제가 기상 이변으로 차질을 빚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축제를 계기로 관광객을 유치해 자연경관과 특산물을 알리려던 지자체는 울상이다. 올해와 같은 폭염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특정 지역 축제는 영영 열지 못할 처지다.
8일 봉화축제관광재단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나흘간 열린 봉화송이축제에 참가한 버섯 판매업체는 올해 10곳으로 지난해(23곳)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축제 기간 팔린 송이는 254㎏, 1억2000만원어치로 지난해의 15%에 그쳤다. 재단 관계자는 “송이는 ‘농작물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2024년은 9월 7일)로부터 1주일에서 열흘 후가 수확 시점인데 올해는 작황이 너무 나빴다”고 설명했다.
송이는 아침 최저기온 10도, 한낮 최고기온 26도가량의 가을에 습도와 일조량이 적당해야 잘 자란다. 그러나 봉화군엔 지난달 말까지 최고기온이 30도에 달하는 늦더위가 이어졌다. 재단은 매년 송이 채취 체험행사를 열었는데, 올해는 호두 채취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송이 없는 송이축제’가 된 셈이다.
국내 최대 송이 생산지인 영덕군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명품송이 한마당’ 판매 행사를 열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엔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다.
박서환 영덕군 산림정책팀장은 “이렇게 송이 철이 늦어진 건 처음”이라며 “내년부턴 10월에 행사를 시작하는 일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유독 심했던 더위에 전국의 꽃축제도 비상이다. 전남 신안군은 퍼플섬으로 불리는 안좌도에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열려던 아스타꽃축제를 취소했다. 무더위로 아스타 개화율이 20%에 불과해 행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 더위가 더 거세지면 일부 고지대에 아스타 밭을 보유한 곳을 제외하면 축제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남 영광군 관계자는 “지난달 불갑산 상사화축제 당시엔 꽃이 피지 않다가 최근에야 꽃 몽우리가 터져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기후 변화가 심해질수록 지자체의 ‘계절 축제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문화 콘텐츠가 적고, 인적 자본이 부족한 지방에선 구미시의 라면축제나 김천시의 김밥축제처럼 전천후 축제를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역을 상징하는 색이나 단어 등 포괄적인 주제를 선정해 날씨와 계절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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