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한의 자충수, '두 국가론'

입력 2024-10-08 17:35   수정 2024-10-09 00:15

김정은은 지난해 말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했다. 두 국가론의 핵심은 ‘통일 전면 부정’ ‘제1의 주적은 한국’ ‘점령·평정·수복·편입으로 영토완정(領土完整)’이다. 이는 집권 12년의 실정(失政)을 은폐하고 정권을 공고화하기 위한 저의가 숨겨져 있다. 김정은의 영토완정은 김일성의 국토완정을 답습했다. 김일성의 국토완정이 6·25 남침 전쟁의 동인이 됐다면 김정은의 영토완정은 ‘핵을 앞세운 적화흡수통일(Red Korea)’의 동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런 위협을 뒤로하고 지난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김정은의 ‘두 국가론’에 화답했다. 바로 ‘두 국가론 수용’ ‘당분간 통일을 하지 말자’는 주장이 그것이다. 또한 두 국가 수용이 마치 평화를 가져오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는 완벽한 돌변이자 허구다. 북한의 대외 폭력성이 존재하는 한 한반도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것은 희망 사항일 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윤석열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을 ‘대화 포기와 흡수통일 의지 피력’으로 비판하면서 은근히 두 국가론을 지지하고 나섰다. 북한의 핵을 앞세운 흡수통일 야욕에는 철저하게 침묵하면서 대화를 만능의 보검으로 여기는 안이한 인식을 보여줬다. 참으로 안타까운 대북한 인식이다. 분단된 국가는 자기중심의 통일국가를 완성하려고 한다. 남북 분단의 핵심은 체제 분단이라는 점에서 체제 선택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반도 통일이 자유에 기반한 통일이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우리 사회에는 독일 통일에 대한 오해가 있다. 첫째, 동독의 변화·개혁을 견인하기 위한 ‘접근을 통한 변화’를 일방적 대북 지원을 남북경협으로 오독(誤讀)하고, 국민을 오도하고 평화라는 이름으로 위장했다는 점이다. 접근을 통한 변화의 백미는 동독 정치범을 대가를 지불하고 서독으로 이주시키는 프라이카우프 정책이다. 동독에 지불한 금액이 총 80억마르크(약 4조원)라고 한다. 둘째, 동·서독이 두 국가로 존재하다가 독일 통일을 완성했다는 것도 오해다. 1968년 동독은 ‘두 독일 국가의 정상 관계 수립과 통일 노력’을 규정하는 헌법 조항을 신설했으나 1974년 헌법 개정을 통해 통일을 삭제했다. 그러나 서독은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단지 ‘실체’로만 인정하고 통일을 포기한 적이 없다. 셋째, 독일 통일이 서독이 ‘흡수통일’했다는 것도 오해다. 동독 민주화와 베를린 장벽 붕괴 후 동독 주민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 서독연방에 편입된 것이다. 독일 통일 과정이 통일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북한 민주화로 북한 주민에게 자유의지를 가질 동인을 마련해 주는 것이 평화적 통일의 첩경이라는 사실이다.

북한이 내세울 건 핵무력이 유일하다. 하지만 김정은은 한류가 북한 전역에 확산하며 불러온 사상 이완과 체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적대적 두 국가론’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두 국가론’은 한반도 통일의 주도권을 한국에 넘겨주는 패착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두 국가론이 우리에겐 기회다. 기회의 완성은 ‘8·15 통일 독트린’의 실천이다. 8·15 통일 독트린의 핵심은 ‘통일은 한반도 전역에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를 확장하고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통일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정책 방향은 명확해졌다. 바로 보편적 가치인 자유가 북한 지역으로 확산해 북한 주민 스스로 자유의지를 다질 방도를 마련해주고, 이를 기반으로 ‘자유공동체’를 완성하는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 정책 추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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