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협에 막힌 'AI 변호사', 혁신은 또다시 기득권에 밀릴 건가

입력 2024-10-08 17:31   수정 2024-10-09 00:15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지난 3월 출시한 인공지능(AI) 기반 24시간 무료 법률 서비스 ‘AI대륙아주’를 중단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징계 절차에 돌입하자 적법성 여부를 떠나 당분간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변협 징계를 “한국판 붉은 깃발법(마차 보호를 위해 증기기관을 규제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AI대륙아주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검색창에 법률 관련 질문을 하면 챗봇이 24시간 답을 해주는 서비스다. 일종의 ‘AI 변호사’다.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혁신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변협은 서비스 출시 직후 ‘변호사 아닌 자의 법률 상담 금지’ ‘공정한 수임 질서를 해치는 무료·염가 표방 금지’ 등을 규정한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고 지난달 대륙아주 측 변호사 7명을 징계위원회에 올렸다. 이 서비스가 변호사들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반면 대륙아주는 이 서비스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할 뿐 변호사의 법률 상담과는 다르며 광고를 통한 이익도 없다고 반박해왔다. 변협이 징계를 결정해도 대륙아주가 법무부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지만 그사이에 혁신의 싹이 잘려 나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변협은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법률 플랫폼 로톡과도 8년간 갈등을 빚었다. 결국 법무부가 변협의 징계를 취소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변협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징계하는 등 로톡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사이 로톡은 존폐 위기에 몰렸다.

리걸테크는 세계적인 대세다. 시장조사기관 트랙슨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 기업은 8228개에 달하며 세계시장 규모는 2027년 356억달러(약 4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혁신은 타이밍이 생명인데 우리만 갈라파고스섬처럼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리걸테크뿐 아니다.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는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다 주저앉았고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의료계 반발에 밀려 고사 위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소비자는 혁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경제는 신성장 엔진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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