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해직 간부 죽음도 회사 탓이라는 서울지하철 노조

입력 2024-10-08 17:36   수정 2024-10-09 00:18

“사망은 안타깝지만 순직으로 인정해달라는 건 과도하지 않나요.”

서울교통공사의 한 직원은 서울교통공사 노조 간부 A씨가 최근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공사 노조는 지난주부터 A씨가 사망한 이유에 대해 서울시와 공사, 그리고 ‘MZ노조’로 불리는 제3노조(올바른노조)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3일 뇌출혈로 쓰러진 뒤 투병하다가 이달 초 사망했다. A씨는 지난해 징계를 받아 해직된 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해달라고 신청한 노조 간부 32명 중 한 명이었다. 지노위는 지난 8월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제도)를 악용해 회사에 출근하지 않다가 해고된 이들 간부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노조 간부들의 비위 행위가 중하지만 잘못된 노사 관행을 지속해 온 회사 책임도 있어 해고는 과하다”고 했다.

노조는 ‘징계, 해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A씨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징계를 내린 공사가 A씨의 순직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도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공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진행 중인 임금 단체협상도 중단했다.

노조는 “징계자와 복직을 위해 투쟁하고 병마와 싸우던 동지를 비방했다”며 올바른노조 관계자 3명을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올바른노조는 지난달 25일 지노위 판정 이후 책자와 카드 뉴스를 제작해 “(지노위가 간부 해고를 무효라고 판단했음에도) 결근자들의 잘못이 사라진 것은 아니며 이들은 일말의 사과 없이 복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사 노조는 고소장에서 “이들이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며 A씨를 비롯한 해직자를 언급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올바른노조 역시 맞고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노조가 강경 일변도로 돌아선 이유는 최근 해직자가 복귀하면서 나빠진 노조의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공사 직원들의 반발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게시판과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출근도 안 한 간부들 복직시켜 주는 바보같이 착한 조합원들” “지병으로 쓰러진 노조 간부를 파면과 연관 짓는 게 맞나” 등 게시물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공사 노조는 이 게시물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 공사 직원은 “A씨 사망 원인을 두고 임단협마저 불성실하게 임하는 건 노조원을 포함한 1만6000명의 직원을 볼모로 잡은 행위”라고 지적했다. A씨 사망 원인이 회사 징계 탓이라는 주장도 인과 관계가 불분명하다. 안타까운 죽음을 회사에 대한 으름장과 노·노 갈등의 빌미로 삼는다면 노조의 정당성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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