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달러에 연동하는 스테이블 코인의 국경 간 거래에 외환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무역 거래에서 달러처럼 쓰이는 암호화폐지만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어 외환시장의 복병으로 떠올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본지 10월 8일자 A1, 3면 참조
기획재정부는 8일 스테이블 코인 등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현재 스테이블 코인은 주로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거래·교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국경 간 거래 등에서도 사용돼 실물경제의 지급·거래 수단 등으로 기능이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 단계에서 스테이블 코인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고 논의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본, 유럽연합(EU) 등의 입법 사례를 참고해 관계부처와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무역 거래가 늘어나는데도 마냥 손 놓고 있던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시경제 정책 운용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나서야 관련 법령 개정 검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다가 자본 변동성이 커지면 통화 주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스테이블 코인은 세계 자본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올랐다. 세계 1위 스테이블 코인 테더의 발행사가 보유한 미국 국채는 976억달러어치에 달한다. 미국 국채 보유량 기준 세계 18위인 한국(1167억달러)을 넘보는 규모다.
'원화 코인'도 나오나
정부 관계자는 8일 “스테이블 코인 규제는 원화 연동 코인 발행 제도를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관련 법령 체계를 구축한 뒤 이를 외화 코인에 적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과 달리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자국 통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근거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EU의 암호자산시장법(MiCA)은 은행과 전자화폐업자가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고객 예탁금의 30% 이상을 외부에 예치하도록 하는 등 건전성 규제도 넣었다. 테더 등 외국 통화 기반 코인 역시 EU 내 거래소에 상장하려면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 일본은 스테이블 코인을 자산이 아니라 거래 수단으로 보는 방식의 제도를 운용 중이다.
국경 간 거래에서 EU는 스테이블 코인 거래 시 송·수신인 정보를 거래소에 남기도록 해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일본은 3000만엔 초과 거래를 외환당국에 보고하게 하는 등 기존 외환 거래에 준하는 법규를 적용한다.
미국 영국 호주 등 다른 금융 선진국도 스테이블 코인 관련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한국 정부는 해외 입법례를 참조해 관련 제도를 준비할 계획이다.
가상자산업계에서 문제로 지적해 온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보유 금지’ 규제는 일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무역 거래를 공식 통계에 넣으려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교역은 대부분 회사 대표 등 개인 계좌를 통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강현우/조미현/최한종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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