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서 혼수 준비 예비 부부, '청첩장' 보여줬는데…1년 뒤엔

입력 2024-10-09 10:09   수정 2024-10-09 10:20


백화점에서 혼수 준비하는 예비부부가 웨딩 멤버십 할인·적립 혜택을 받기 위해 청첩장까지 증빙으로 제출하던 각종 개인정보를 백화점은 1년간 보유한다. 이와 달리 백화점 상품 배송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엔 배송 완료 시점부터 2개월이 지나면 이름·주소·연락처 등을 파기한다.

현대백화점은 이처럼 주요 서비스 제공을 위해 파악하는 고객 개인정보 수집 항목과 목적, 보유 및 이용 기간 등을 모두 공개한다고 9일 밝혔다. 업종 특성상 구매 이력, 배송지 정보 등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유통업계에서 이처럼 개인정보 활용·관리 현황을 투명하게 오픈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이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신설한 ‘개인정보 보호센터’를 보면 어떤 개인정보를 무슨 목적으로 수집하고 이후 어떻게 처리하는지 손쉽게 알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센터 세부 항목 가운데 ‘마이 프라이버시(My Privacy)’에선 서비스 가입과 함께 수집·처리되는 개인정보뿐 아니라 추가 서비스 이용을 위해 제공에 동의한 개인정보 현황까지 확인 가능하다.


서비스별로 구체적인 개인정보 수집 항목이나 보유 기간이 다르다. 가령 현대백화점 웨딩 멤버십에 가입하면 기본 개인정보에 더해 청첩장, 예식장 계약서 같은 결혼기념일 증빙 자료까지 수집한다. 백화점은 결혼 준비 기간과 웨딩 관련 이벤트 안내 필요성까지 감안해 해당 개인정보를 1년간 보유한 뒤 파기한다. 상품 배송 서비스는 다르다. 고객 반품 요청 등을 고려해 배송 완료 후 2개월까지 배송지 주소, 휴대폰 번호 등 개인정보를 보유한다는 내용이 안내돼 있다.

만약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정보가 수집됐다고 판단될 경우 백화점 측에 개인정보 삭제나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정지영 사장 직속으로 정보보호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번에 개인정보 보호센터를 오픈했다. 개인정보 보호와 처리의 투명성 확보, 정보 주체 권리 보장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차원이다.

박근호 현대백화점 회원운영관리담당 상무(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는 “기업의 고객 개인정보 활용 현황 공개는 의무가 아니지만 소중한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는 것은 윤리경영을 위한 기본자세”라며 “관련 입법 동향 등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며 개인정보 보호센터를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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