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하원)이 9일 해산했다. 일본 정치권은 지난 1일 이시바 시게루 내각 출범에 이어 곧바로 선거전에 돌입하게 됐다. 이시바 총리는 오는 27일 총선에서 집권 자민당을 압승으로 이끌어 정권 기반을 확고하게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전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중의원 해산을 결정했다. 중의원 해산은 전임 기시다 후미오 내각 시절이던 2021년 10월 이후 3년 만이다. 중의원 의원 임기는 본래 4년이다.
이시바 총리는 취임 8일 만에 중의원을 해산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내각 중 출범 시점 기준으로 최단 기간이다. 중의원 해산에 따라 27일 조기 총선이 치러진다. 교도통신은 “총리 취임 후 26일 만에 총선을 치르는 것도 종전 이후 가장 짧다”고 전했다.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10월 총선에 미온적이었던 이시바 총리는 취임 직후 국정 운영 주도권을 쥐기 위해 조기 해산과 선거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면 이시바 총리 정권 기반은 확고해질 수 있다.
반대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비주류 출신인 이시바 총리가 정권 초반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정권 신임을 받기 위해 성심성의껏 선거에 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쟁점은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에 따른 정치 개혁과 고물가에 대응한 경제 대책이다. 이시바 총리는 비자금 문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을 고려해 이날 스캔들 연루 의원 중 12명을 선거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12명 중 11명이 최대 파벌인 옛 ‘아베파’ 소속이다.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은 이번 선거에서 두 정당 의석을 합쳐 절반을 넘는 것을 승리 기준으로 보고 있다.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공명당과 연립해 과반을 확실히 차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자민당이 단독 과반을 이룰 것인지가 주요 관전 요소다. 중의원 의석은 지역구 289석과 비례대표 176석을 합쳐 465석이며, 과반은 233석이다. 현재 자민당은 258석, 공명당은 32석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두 정당을 합치면 290석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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