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다이아몬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고급 주얼리에 쓰이는 다이아몬드 나석의 국제 도매가가 1년 만에 20~30% 급락했다. 기존 다이아몬드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인 ‘랩그론 다이아몬드’ 공급량이 증가한 데다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주얼리 소비가 위축된 탓이다. 1캐럿보다 큰 고급 나석은 랩그론 다이아몬드의 영향을 덜 받지만, 크기가 작은 나석은 가격 하락세가 계속돼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이아몬드는 단계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광산에서 채굴한 ‘원석’과 이를 보기 좋게 가공한 ‘나석’이다. 글로벌 다이아몬드 연마업체가 원석을 나석으로 세공하면 보석업체들이 이를 구매한 뒤 주얼리로 만든다. 까르띠에, 티파니앤코, 불가리 등 글로벌 주얼리 브랜드들이 나석 도매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1캐럿보다 작은 나석의 가격 하락폭이 유독 큰 건 랩그론 다이아몬드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다. 랩그론 다이아몬드는 말 그대로 실험실에서 키우는 인공 다이아다. 흑연에 고압·고열을 가하거나 메탄을 분해해 얻은 탄소를 차곡차곡 쌓아 만든다. 현재 주요 랩그론 다이아몬드 공급업체는 생산하기 쉬운 1캐럿 이하의 다이아를 대량으로 제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랩그론 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있지만, 3캐럿 이상을 생산하는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나석 크기에 따라 가격 차이가 점차 벌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캐럿보다 작은 나석 시장은 랩그론 다이아로 대체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테지만, 1캐럿이 넘는 큰 나석은 천연의 우위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한 백화점의 주얼리 담당 바이어는 “최고급 주얼리 제품을 살 정도의 재력이 있는 VIP들은 여전히 인공보다는 천연, 그중에서도 크기가 크고 색깔이 있는 희소 다이아몬드를 선호한다”며 “투자용으로 고캐럿을 사는 수요도 많다”고 말했다. 고급 나석 도매시장의 ‘큰손’인 티파니 등이 천연 다이아를 고집하는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국내 업체들도 고급 나석을 선점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이엔드 주얼리 자체브랜드(PB) ‘아디르’를 내놓은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이스라엘 다이아몬드 도매업체 라흐미노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크기가 큰 고캐럿이나 컬러 다이아몬드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다. 다이아몬드 나석 도매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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