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뷰티를 탐내는 것은 쿠팡뿐만이 아니다. 컬리 또한 럭셔리 비중을 확대하면서 화장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상품을 보유한 SSG닷컴과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 중인 카카오가 선점한 이커머스 럭셔리 뷰티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이 최근 론칭한 럭셔리 뷰티 앱 ‘R LUX(알럭스)’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명품 화장품에 걸맞은 앱을 만들어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인디 화장품(온라인 기반의 소규모 브랜드)은 입점도 불가능하다. 쿠팡 측에서 알럭스 판매 기준을 ‘럭셔리’로 정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화장품 등급은 크게 △럭셔리 △프리미엄 △인디 등으로 나뉜다. 인지도, 가격, 헤리티지(브랜드 가치) 등이 그 기준이다.
쿠팡은 지난해 7월 3일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선보였다. 알럭스는 기존 로켓럭셔리를 별도 앱으로 만든 것으로 쿠팡이 직매입해 빠른 배송 서비스를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알럭스는 백화점 명품관의 온라인 버전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검은색과 흰색을 주로 사용했으며 쿠팡 앱에서 주로 사용해온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등은 배제했다.
현재 알럭스에는 SK-II와 르네휘테르를 비롯해 에스티로더, 설화수, 비오템, 더 후 등 20개 이상 럭셔리 뷰티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쿠팡은 브랜드와의 지속적인 입점 논의를 통해 앞으로 더 많은 럭셔리 뷰티 브랜드를 선보이겠다는 입장이다.
컬리도 럭셔리 뷰티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뷰티컬리에 입점된 뷰티 브랜드 가운데 럭셔리 뷰티 비중은 30% 이상으로 컬리는 럭셔리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컬리에 입점된 럭셔리 브랜드는 조말론 런던, 설화수, 바비브라운, 랑콤 등이 있다.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진행한 ‘컬리뷰티 페스타 2024’도 럭셔리 뷰티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개최하는 행사다. 컬리가 뷰티 관련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컬리는 이번 행사에서 럭셔리 뷰티와 인디 뷰티를 철저하게 분리했다. 우선 럭셔리 뷰티를 선호하는 고객들을 위해 티켓 종류도 2가지로 나누었다. 에스티로더, 설화수, 랑콤, 시슬리 등이 포함된 프레스티지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2만원을 더 내야 했다. 달바, 라로슈포제, 러쉬 등 일반 화장품들은 ‘이노베이션관’에 포함시켰다.
콘텐츠도 다르다. 프레스티지관에서는 피부 진단과 메이크업 체험이 가능하지만 이노베이션관에서는 당첨 이벤트만 진행한다. 특히 동대문 DDP는 올리브영이 매년 12월 뷰티페스타를 개최한 곳이기도 하다. 컬리는 이보다 앞선 10월에 뷰티 행사를 열게 되면서 올리브영과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화장품 사업의 매출 변동폭은 크지 않다. 주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소모품이고 일부 제품은 유통기한도 6개월~1년으로 짧은 편에 속한다.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게 된다면 계절 또는 비수기·성수기 등과 상관없이 일정한 매출을 낼 수 있다.
화장품은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도 매출을 낼 수 있다. 경기 불황에 립스틱 같은 저렴한 화장품의 매출이 증가하는 현상을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라고 한다. 경기가 침체돼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라도 본인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초콜릿, 향수, 고가 화장품 등의 제품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 기준이 ‘립스틱’에서 조금 더 가격대가 높은 ‘향수’로 바뀌고 있다. 향수 역시 럭셔리 뷰티에 포함되는 제품이다.
이들이 기존에 주력해온 신선식품 등과 비교하면 재고 부담도 적다. 쿠팡과 마켓컬리는 모두 100% 직매입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유통기한이 짧은 식자재는 판매되지 않을 경우 그 부담은 플랫폼에서 떠안게 된다. 반면 화장품은 원료 배합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지 않아 소비자 반응에 따른 재고 조절이 가능하다.
뷰티·이커머스 업계에서도 쿠팡과 컬리의 사업 성장 가능성을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쿠팡은 파페치와 알럭스를 연계하는 방법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도 있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온라인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약 65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파페치는 온라인 럭셔리가 명품 리테일의 미래임을 보여주는 변혁의 주체였다”며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에 대한 고품격 경험을 제공하는 데 다시 한번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션과 뷰티는 소비자가 취향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밀접한 산업 분야로 꼽힌다. 파페치와 알럭스 모두 ‘명품’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만큼 이들 산업 간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뷰티 쪽을 적극적으로 키우는 것 같다”며 “이제 막 시작 단계라 지금은 이렇다 할 평가가 없지만 그동안 쿠팡이 한 사업을 보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통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평정하다시피 하고 쿠팡이츠가 수년 만에 배달앱 시장 2위로 뛰어오른 저력이 있는 만큼 럭셔리 뷰티 사업도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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