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 개발의 주역인 로버트 오펜하이머도 자신의 성과를 자책한 과학자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며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원폭 투하로 숱한 생명이 희생된 것을 본 뒤 참회했다. “내가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가 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오펜하이머는 “나는 이제 죽음이자, 세계를 파괴하는 자가 되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채 이후 수소폭탄 개발에 끝내 참여하지 않았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인공 신경망으로 머신러닝의 기초를 세운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 중 ‘인공지능(AI)의 대부’로 불리는 힌턴 교수는 지난해 돌연 구글을 떠나면서 “그동안 내가 한 AI 연구에 대해 후회한다”고 밝혀 충격파를 안겼다. 구글과 결별한 이유도 “AI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AI가 킬러 로봇으로 변할 날이 두렵다”는 그 역시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이 연구는 했을 것이라는 데에서 그나마 위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AI가 가져올 미래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혼재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선사했을 때도, 흑색 화약보다 몇 배나 파괴적인 다이너마이트가 등장했을 때도 모두 그랬다. 하지만 불은 인류의 문명을 밝혔고, 다이너마이트는 건설 등 산업 현장에서 개척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AI도 그러할 것이다. 미지에 대한 공포는 인간의 본능이고, 상상된 위험 때문에 신기술 개발을 멈추거나 미루는 것은 거대한 어리석음이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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