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BI 편입은 그러나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다. 2022년 9월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린 뒤 네 번째 도전 만에 이룬 성과다. 정부 노력도 평가할 만하다. 외국인 국채 투자 비과세, 국제예탁결제기구 국채통합계좌 개설, 외국인투자자 등록제 폐지 등 FTSE 러셀의 요구사항을 순차적으로 모두 수용했다. 외환시장 마감 시간도 지난 7월부터 새벽 2시까지로 연장했다. 건전재정을 유지한 덕도 봤다.
이제 자본시장에서 남은 과제는 주식시장 역시 선진시장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일이다. 추종 자금만 16조달러를 웃돌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가장 큰 MSCI 주가지수에서 한국은 여전히 신흥국이다. 2009년 관찰대상국에 오른 뒤 선진시장 도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15년째 제자리다. 지난 6월 불발의 핵심 사유는 공매도 전면 금지가 선진시장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코로나19 이후에도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곳은 없다. 주가 하락의 부정적 측면뿐 아니라 주가조작 예방, 유동성 공급, 헤징 수단 제공 등 긍정적 측면도 많기 때문이다.
다른 조건은 대부분 맞췄으니 정부가 내년 3월 31일 공매도 재개 약속만 지키면 선진시장 편입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공매도 재개에 앞서 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선결조건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제도와 관행을 만들어가는 것 그 자체가 밸류업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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