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7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산업디지털전환위원회를 열어 한국형 산업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14일 ‘한·독 산업 데이터 플랫폼 협력 포럼’을 열어 업계 선두 주자인 독일과 플랫폼 구축 방안을 협의한다.
산업 데이터 플랫폼은 기업 간 수주·발주, 공장 가동 상황, 사물인터넷(IoT) 등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기업 간 거래(B2B) 데이터를 처리한다. 이런 산업용 데이터 시장은 스마트폰, SNS, 전자상거래 등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데이터보다 훨씬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일본 중국 EU 등 주요 국가는 B2B 데이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독자적인 산업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가장 먼저 산업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성공한 나라는 10여 년간 약 5000억원을 투자한 독일이다. 독일은 2021년 독자 플랫폼 ‘카테나X’를 출범시켰다. 이후 유럽 제조 강국인 프랑스와 스웨덴 등이 참여해 카테나X는 EU에서 통용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카테나X가 국내 주요 기업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은 EU가 새로 만든 무역 규제 때문이다. EU 의회는 2026년부터 교역 상대국에 카테나X 등 일정 요건을 갖춘 플랫폼에서 인증한 DPP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지난해 7월 통과시켰다. 업계는 카테나X를 사실상 무역장벽으로 활용한 조치로 평가한다.
한국 기업은 2026년 이후 EU에 제품을 수출할 때 카테나X를 이용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산업부와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의 연간 카테나X 사용료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한국의 EU 수출 규모(약 92조원)의 1%에 달하는 액수다.
산업부 관계자는 “독자 산업 플랫폼이 없으면 데이터 주권을 빼앗겨 독일이 국제 표준을 바꾸거나 카테나X 사용료를 올릴 때마다 끌려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벤치마크 대상은 일본이다. 일본과 EU는 지난 2월 상대국 플랫폼이 발급하는 DPP를 인정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일본의 독자 플랫폼은 ‘우라노스에코시스템’으로 도요타, 파나소닉 등 일본 주요 기업 50여 곳이 참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일본처럼 독자적 플랫폼을 만든 뒤 EU, 일본과 상호 인증 협약을 맺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는 독자적 플랫폼을 구축하고 EU, 일본과 협력안을 마무리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2027년 DPP의 하위 인증인 배터리제품여권(BPP) 플랫폼을 출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준 서울대 객원교수는 “플랫폼 개발 기간을 고려할 때 시간이 매우 빠듯하다”며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플랫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효/황정환/이슬기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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