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국내 자본시장이 선진 금융시장으로 격상하는 획기적 이정표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데도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탓에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한국 국채가 ‘제값 받기’에 성공했다는 의미도 있다. 시장에선 내년부터 75조~90조원의 해외 자금이 순유입되면서 국내 채권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 감소, 외환시장 수급 안정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WGBI 편입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 국채 조달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WGBI 편입으로 평균 0.2~0.6%포인트가량의 국채 금리 인하 효과가 예상된다. 금리 인하로 연간 최대 1조1000억원의 국채 이자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는 게 기획재정부와 해외 금융기관의 분석이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10일 채권시장이 열리면 국고채 10년 만기 금리가 0.07~0.10%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채 시장에서도 ‘낙수효과’가 기대된다. 국채 금리가 내려가면 회사채 투자 매력이 커지면서 금리가 동반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비용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진다.
대규모 해외 자금 유입에 따라 원·달러 환율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 국채 투자를 위한 원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외환시장 수급이 개선돼 원·달러 환율을 낮출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주로 환 헤지를 동반하는 외국인 채권 투자 자금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직접적인 원화 매수 수요보다 외화자금 시장의 수급 개선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보유 비중은 20.6%다. 기재부는 내년 11월 한국의 WGBI 편입이 이뤄지면 2026년 말께는 외국인 국채 보유 비중이 27%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역대 최대 규모의 국고채 발행이 예정된 상황에서 정부가 발행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내년 국고채 발행 계획 물량은 201조3000억원이다. 코로나19 시기 발행된 국고채 만기가 내년에 집중된 결과다. 저출생·고령화 여파로 국고채 발행 규모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금 순유입분만큼 발행 여력이 추가로 생겨 안정적인 중장기 재정 운용이 가능해진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WGBI 편입에 대한 사전 기대 효과로 이미 상당 규모의 해외 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에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 들어 늘어난 원화채권의 대부분은 금리 차이를 노린 단기 자금”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WGBI 편입이 우리 국채를 선진국 수준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3개국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도 현지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용/강경민/장현주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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