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보다 철근 더 샀는데도 '순살'…LH 아파트 관리·감독 도마

입력 2024-10-10 08:39   수정 2024-10-10 08:40


지하 주차장 철근이 누락돼 논란이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단지에서 설계보다 최대 20% 많은 철근을 주문해 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량보다 많이 구매했음에도 철근이 누락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LH의 관리·감독 기능이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철근 누락' LH 23개 단지 중 21개 단지에서 설계량보다 철근을 더 많이 주문했다. 철근 주문 금액도 설계 당시보다 최소 4억원에서 최대 85억원까지 늘었다.

평택 소사벌 A-7블록은 철근을 설계량 1809톤(t)보다 19.5%(353t) 많은 2165t 주문해 시공했다. 철근 자재비는 12억원 늘었다. 오산 세교2 A-6블록은 철근 주문·시공량(4159t)이 설계량(3945t)보다 5.4%(214t) 많았다. 철근 주문 금액도 설계 예상보다 24억원 증가했다.

철근은 절단·가공 과정에서 못 쓰는 부분이 생겨 일정 비율의 손실이 생긴다. LH는 시공 손실량을 3% 안팎으로 본다. 하지만 손실량보다 많은 철근을 구매하고도 정작 아파트에 누락되면서 LH의 관리·감독 기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고양 장항 A-4블록은 설계 당시 73억원어치 철근 구입을 예상했지만, 실제 구매 금액은 2배가 넘는 158억원이었다. 그런데도 철근 시공량이 설계보다 247t 적었다. 가파르게 오른 철근 가격을 고려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설계 당시 예상액보다 실제 철근 주문액이 2배 이상 늘어난 단지는 양주 회천 A-15블록, 오산 세교2 A-6블록, 평택 소사벌 A-7블록 등 4개 단지다.

LH는 "현장 시공 손실(Loss) 발생량 증가 등 여러 원인에 대한 시공사의 자체적 판단에 따라 주문 수량이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당 단지 시공사를 통한 추가 자료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철근은 시공사가 직접 주문·결제하는 자재다.

김은혜 의원은 "철근 누락 아파트에 당초 설계보다 더 많은 철근이 반입됐다"며 "그 많은 철근이 어디로 간 것인지 발주청인 LH는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허술한 감독이라면 언제 제2, 제3의 순살 아파트가 나타날지 모른다"고 LH의 감리 감독 정상화를 촉구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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