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3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어닝 쇼크'(실적 충격)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증권가가 잇따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유진투자증권은 10일 삼성전자에 대해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선 숫자로 된 증명서가 필요하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9만10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이 증권사 이승우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실적 발표에서 제시된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약속은 또 다시 지켜지지 못했고 하반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했던 비메모리도 일회성 비용으로 적자가 확대됐다"며 "반도체부문(DS)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올 3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2분기 대비 매출은 6.6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84% 감소했다.
이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증권가 컨센서스(예상치 평균)를 약 15% 밑돌았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매출 80조9002억원, 영업이익 10조7717억원으로 전망했다.
이 센터장은 "비메모리의 일회성 비용은 장기간 성과를 내지 못한 프로젝트들에 대한 정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추정된다"며 "경험적으로 볼 때 이 같은 케이스는 연말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감안하면 4분기에도 실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이를 기반으로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10조7000억원에서 8조9000억원으로 눈높이를 낮췄다.
그는 "실망스럽긴 하지만 추세적으로는 아직 실적이 개선세에 있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저점인 1.1배까지 낮아졌다"며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하지만 변화의 속도에 대한 기대도 함께 낮아졌다"고 부연했다.
현대차증권도 이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0만4000원에서 8만6000원으로 낮췄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것을 감안해도 3분기 실적을 이미 발표한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비교해 지나치게 부진한 실적"이라며 "전통적으로 재고조정과 완제품 관련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는 4분기에도 경쟁 업체 대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KB증권의 김동원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대비 각각 5%, 16% 하향한 36조원, 48조원으로 수정했다.
김 연구원은 "스마트폰, PC 등 세트 수요 부진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생산 능력 확대에 따른 범용 메모리 사이클 둔화로 주가의 단기 모멘텀(상승동력)은 약화될 것"이라며 "다만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PBR 1배에 근접하며 과거 10년 평균 하단인 1.2배를 밑돌고 있어 향후 주가 하락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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