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수상정 4번이 타깃으로 지정됐습니다. 인공지능 기반의 전투 임무를 받은 아군 수상정의 공격에 침몰했습니다."
10일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 앞바다. 붉은 깃발을 단 적군 수상정 다섯 척이 가상의 북방한계선(NLL) 권역으로 침투하자, 아군 무인 수상정 10척이 탑재된 센서로 전장 상황을 인식하고 방호전투 임무 수행에 나섰다. 적함이 사정거리 내로 들어오자 원격 통제소로부터 공격 승인이 떨어졌고, 아군의 사격이 시작됐고 적 수상정에서 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서주노 국방과학연구소(ADD) 수석연구원은 "AI 알고리즘을 통해 10번 교전 했을 때 인간보다 약간 앞서는 65%의 승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며 "무인 운용되는 세계 최초의 수상 방어전투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ADD가 선보인 시연 군사기술은 '군집 무인수상정 운용' 기술 개발을 위한 '전장상황 인식 최적 할당·제어' 기술이다. 2019년부터 국과연이 미래도전국방기술 사업으로 추진 중인 이번 사업은 2022년 2월 1단계 개발이 끝났고, 현재 2단계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번 시연에 사용된 무인 수상정은 길이 6.5m, 폭 2m, 최대 속도는 20노트(37km/h)로 탑재 센서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됐다.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 전자광학(EO) 장비 등이 모두 탑재돼 있어, 해상의 작고 빠른 물체도 정확히 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ADD 측 설명이다. 다만 이번 시연에선 실제 사격을 하지는 않고, 적 수상정에 레이저를 쏴 10번 맞으면 침몰 판정을 내리는 것으로 설정했다.
군집 형태로 무인 수상정이 개발되는 것은 무인 수상정이 유인 함정에 비해서 운용이 제한적이어서 단독으로 운용하는 것에 비해 군집으로 운용할 때 군사적 효율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 연구원은 "앞으로 군집 소형 무인수상정은 저궤도 위성통신(LEO)와 연계해 운용되거나, 우리 군의 유무인 복합체계 일환으로 자폭형 무인정으로 전력화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한화시스템의 '소형 군집 자폭형 무인수상정 개발방안' 내용에 따르면 한화는 ADD와 협업해 최대속도 50노트(약 93km/h)로 운용할 수 있는 1.2t 이내의 자폭형 무인수상정 개발을 계획 중이다. 현재 기본 가안에 따르면 자폭 수상정은 전장 5.6m, 전폭 2.05m로 저렴하면서도 컴팩트한 형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상반기 방위사업청은 '신속시범 획득사업'으로 이같은 자폭형 무인수상정 도입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 측은 군집 자폭형 무인수상정 관련해 "무인 수상정 세 대 이상이 군집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며 "저궤도 위성과 군집 무선통신도 가능하도록 설계될 것"으로 기대했다.
창원=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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