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찾아 나선 미국 케이블 채널 HBO를 향한 암호화폐 업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HBO는 지난 8일(현지시간) 사토시의 정체를 밝히는 다큐멘터리 '머니 일렉트릭'을 공개하고 비트코인 개발자 피터 토드(Peter Todd)를 사토시로 추정했다. 업계는 사토시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시도에 대해 "역겨운 시도"라며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다. 사토시의 익명성은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철학을 상징하며 그 자체가 비트코인 가치의 원천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토시는 2007년 비트코인 코드 작성을 시작해 2008년 ‘비트코인: 피어투피어 엘렉트로닉 캐시 시스템’이라는 논문을 통해 암호화폐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한 인물이지만 실제로 그가 누구인지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2009년 비트코인이 세상에 공개된 이후 단 한 번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사토시가 이미 죽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사실상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사토시의 것으로 추정되는 비트코인 지갑은 지금까지 어떠한 움직임도 없는 상태다. 사토시의 지갑에 들어있는 비트코인 100만여개(약 85조원)는 비트코인 총공급량(2100만개)의 약 4.7%에 달한다. 상장사 중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마이크로스트래티지(25만여개)보다도 4배나 더 많은 수량이다.
실제로 그동안 가장 유력한 사토시 후보로 꼽혔던 렌 사사만 프로토콜 개발자와 할 피니 비트코인 초기 개발자는 모두 사망했다. 렌 사사만과 할 피니는 각각 비트코인 블록체인 내 직접적인 헌사가 있는 부분과 최초로 비트코인을 전송받은 점을 통해 유력한 사토시 후보로 이름을 올려왔다.
이는 창립자의 대량 매도 우려를 없앴고 비트코인을 향한 사람들의 신뢰는 더욱 굳건해졌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코인을 발행한 주체가 가격을 끌어올린 다음 한꺼번에 대량 매도하는, 이른바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 사기가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HBO가 느닷없이 다큐멘터리 '머니 일렉트렉'을 통해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였던 피터 토드가 비트코인 탄생 초기 포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온라인 토론에서 가명을 사용했던 부분 등이 사토시의 성향과 일치한다는 이유로 그를 사토시 추정 인물로 지목하자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빈약한 논거'라며 비난하고 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지난 8일 X를 통해 "HBO 다큐멘터리는 역겹다. 마치 지구가 평평하다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에 지구의 비밀을 밝히는 척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담 백 블록스트림 최고경영자(CEO)도 "HBO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사람이 사토시일 가능성은 없다. 비트코인에는 특정 핵심 인물이 없으며 이는 탈중앙화의 가치를 지키는 긍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또한 업계는 사토시의 정체를 밝혀내는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비트코인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활용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하며 이미 비트코인은 완벽하게 탈중앙화된 화폐로 사토시가 살아있더라도 모습을 드러낼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사토시가 실제 살아있고 정체가 밝혀지더라도 자신의 비트코인을 판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백훈종 샌드뱅크(스매시파이) 이사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지갑을 감시하고 있다. 그 상황에서는 비트코인을 조금만 움직여도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탈출 러시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이는 자기 발에 총을 쏘는 꼴이다. 사토시 입장에서도 자신이 보유한 100만개의 비트코인은 그대로 두는 것이 비트코인의 가치 유지를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토시의 지갑에 들어있는 100만여개의 비트코인은 오히려 비트코인의 기술적 안정성을 입증하는 증거"라면서 "수십조원의 가치에 달하는 비트코인의 지갑 주소가 버젓이 공개돼 있는데 아무도 이를 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의 암호화 기술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것이며 비트코인 가치의 원천"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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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현 블루밍비트 기자 cow5361@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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