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편성 논란부터 '퀴어' 삭제 의혹까지 다 털었다 [종합]

입력 2024-10-10 15:19   수정 2024-10-10 15:19



'정년이' 출연진과 제작진이 방영 전 불거진 논란에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호텔에서 진행된 tvN 새 주말드라마 '정년이' 제작발표회에 배우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 정은채, 김윤혜와 연출을 맡은 정지인 감독이 참석했다.

정지인 감독은 "어느 드라마나 그렇지만 열심히 준비했다"며 "이런 좋은 원작과 배우들을 만나 작업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끝까지 잘 마무리할 테니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년이'는 역사 속에 잊혔던 여성 국극의 짧고 화려했던 전성기와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좇는 찬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 최초로 여성 국극을 소재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인기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정지인 감독은 전작 MBC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았고, '정년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MBC를 퇴사했다. 본래 '정년이'는 MBC와 편성 논의가 이뤄졌지만, tvN 방송이 최종 확정되면서 법적 분쟁까지 이어졌다.

MBC 측은 "'정년이'와 관련해 '업무상 성과물 도용으로 인한 부정경쟁방지법위반 및 계약교섭의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근거로 제작사의 재산에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에서 당사의 청구가 모두 이유 있다고 판단, 가압류 신청을 전부 인용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정년이' 제작사들은 "'정년이'는 제작사들의 주도하에 모든 비용을 부담하여(MBC로부터 단 1원도 받은 적이 없음) 기획 개발한 작품이고, MBC는 촬영이 임박한 시점까지도 제작사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협상을 지연하여 제작사가 어쩔 수 없이 불합리한 MBC의 조건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 결국 제작사들은 MBC와 제작비에 대한 합의점을 단 한 번도 찾지 못했고, MBC는 촬영 시작 20일 전이 되어서야 다른 채널로 가볼 수 있으면 가라고 하여 제작사들은 한 달 이상의 촬영 연기를 감수하고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MBC의 가압류는 법원의 확정적 판단이 아니라 단순 보전처분으로, 제작사들의 입장 소명 기회 없이 MBC의 일방적인 주장에 따른 잠정 결정"이라며 "가압류 결정은 방송과 무관하여 방송 일정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지인 감독은 "아직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선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방송이 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지인 감독은 "어떻게 이 작품을 잘 만들지만 생각했다"며 "계속 배우들과도 소통해왔고, 그래서 이렇게 작품을 선보이게 된 거 같다"고 덧붙였다.

편성 논란과 함께 주인공 정년이와 '퀴어 코드'가 있는 주요 인물 중 하나인 부용이 캐릭터가 삭제된 부분도 원작 팬들 사이에서 문제로 지적된 부분이었다. 정지인 감독은 부용이 캐릭터 각색에 대해 "제가 대본을 봤을 때부터 정해진 부분"이라며 "12부작이라는 회차 안에 어떻게 이야기를 펼칠지, 원작을 안 본 시청자들이 어떻게 이 이야기를 이어갈지 풀어가다 보니 이렇게 된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아쉽게 생각하지만, 작가님, 원작자님과도 얘기를 나눴고, 이야기를 집중하기 위한 방식이라고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이어 "원작의 메시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다만 공감될만한 보편화될 내용들이 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을 어떻게 대중적으로 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퀴어 코드에 대해서도 "작품에 담아낸 부분이 있다"며 "지금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부연했다.

정지인 감독은 그러면서 "전쟁 직후 1950년대 여성들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데, 그 부분은 지금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며 "그 시대의 사람과 지금의 사람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타이틀롤 윤정년 역에는 '미스터 션샤인', '스물다섯 스물하나', '악귀' 등의 작품으로 연기력과 흥행력을 모두 인정받은 김태리가 발탁됐고, 신예은이 허영서 역으로 캐스팅돼 김태리와 불꽃 튀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 라미란은 매란국극단 단장 강소복 역에 정은채와 김윤혜는 각각 국극단 간판 스타 문옥경, 서혜랑으로 분한다.

김태리는 "왜 이렇게 재밌는 소재를 안 했지 싶었는데, 너무 어려워서 안 한 거 같더라"라며 "이 작품을 하겠다고 한 순간부터 소리 수업과 함께 목포 사투리를 배웠다"고 말했다.

신예은은 "준비할 게 많은 작품이었다"며 "처음부터 준비하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리를 하다 보니 목을 많이 쉬었는데,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낮아지니 그거대로 좋았다"며 "매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저랑 닮은 부분이 많아 보여서 연기하면서 더 재밌을 거 같더라"라며 "감독님과 미팅을 하면서 더 확신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김태리는 국극단에 대해 "현재의 아이돌 팬덤 문화와 비슷하더라"라며 "요즘 분들이 공감하기에도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느껴졌다"고 소개했다.

또한 "육성 시스템 역시 비슷하다"며 "스타가 되기 위해 연습생이 되고, 그런 친구들이 회사로 들어가는 방식 역시 비슷했다"고 전했다.

원작과의 싱크로율도 '정년이'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내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정년이' 원작자는 영화 '아가씨'에서 나오는 김태리의 모습을 모티브로 웹툰을 그렸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리는 "웹툰을 즐겨보는 사람으로서 '정년이'라는 작품이 드라마가 될지 모르고 봤을 때, 제 얼굴이 떠오르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상하게 '정년이'는 그랬다"며 "나중에 제 얼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해서 너무 큰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라미란은 "원작의 강소복과 가장 싱크로율이 떨어지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며 "대쪽 같은 인물로 그려놓으셨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원래 작품을 할 때 원작에 잠식될까 봐 잘 보진 않는다"며 "저만의 강소복을 그려가겠다"고 예고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정지인 감독은 "이 작품이 드라마화를 한다고 하고, 가상 캐스팅을 봤는데 정말 김태리 씨 밖에 안 보이더라"라며 "지금의 모습이 굉장히 낯설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더불어 신예은에 대해서는 "소리는 엉망이었지만 허영서의 이미지 그 자체였다"며 "빠르게 소리와 무용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깜짝 놀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더불어 라미란과 정은채, 김윤혜까지 출연 배우들에 대한 신뢰와 극찬을 이어갔다.

한편 '정년이'는 오는 12일부터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 20분 방송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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