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일본 히로시마 후쿠로마치에 ‘유니크 클로딩 웨어하우스’라는 간판의 유니섹스 캐주얼 옷 가게가 문을 열었다. 번화가에서 살짝 벗어난 골목의 이 로컬 상점은 훗날 패션 공룡 유니클로의 모태가 된다. 현재 유니클로는 전 세계에 매장 2600여 개를 거느렸지만, 단순히 매장 개수만 늘리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 지역의 문화를 최대한 존중하는 태도로 매장을 계획해야 한다는 게 유니클로의 철학이다. 이 철학이 잘 드러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프랑스 파리 중심부에 자리한 오페라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다.
2009년 생긴 이 매장은 지난해 8개월간의 확장 리노베이션을 거쳐 재오픈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계단이다. 현대적인 느낌의 직선적인 계단이 있던 과거와 달리 새로 문을 연 오페라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는 웅장한 나선형 계단이 설치됐다. 마치 오페라 극장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3개 층을 중앙의 거대한 계단으로 연결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오페라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는 재개장과 동시에 파리 오페라와 파트너십을 맺고 ‘나의 오페라 첫 경험(My first time at the Opera)’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본 적 없는 가족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끔 하는 프로그램이다. 오페라 지구의 문화를 매장에 녹여낸 것이다.
이 매장의 리유니클로 스튜디오에서는 프랑스와 일본 예술가들이 양국 문화의 다양한 모티브를 활용해 특별히 제작한 자수 패턴을 옷에 새겨넣을 수 있다. 일본 전통 자수인 사시코 자수도 넣을 수 있다. 자투리 옷감을 엮어 만든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의 옷도 구입할 수 있다. 건너편에는 유니클로의 그래픽 티셔츠인 UT 디자인을 직접 선택하는 UTme!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UT존이 있다.
이 매장은 이탈리아 여성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 가에 아울렌티의 이름을 딴 광장에 있다. 건축가를 기념한 광장답게 주변에 현대적인 건축물이 즐비했다. 지상에 입구만 빼꼼 드러낸 유니클로 매장의 실험적인 외형이 가에 아울렌티 광장의 풍경에 완벽하게 녹아든다. 매장 내부에는 이탈리아 유명 가구·인테리어 브랜드인 카르텔(Kartell)의 테이블, 카펫 등이 곳곳에 배치됐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그란비아 매장은 1920년대 극장과 나이트클럽으로 쓰이던 건물에 입점했다. 건축 초기에 그려진 벽화와 천장화를 그대로 남겨둬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게끔 한다. 공예품 거리에 있는 베트남 호안끼엠 매장도 100년 전 세워진 새하얀 외벽의 건축물을 그대로 살렸다. 이 매장에서는 커피를 판매한다. 커피가 베트남의 국민 음료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파리=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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