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에서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계획 변경안이 조건부 의결됐다. 회의에선 오피스텔 분양 물량을 일부 줄이고 오피스 면적을 늘리는 등의 건축계획 변경 계획과 구체적인 매각 방안 등이 제시됐다.
한화 건설부문은 기존에 414실로 잡은 오피스텔 분양 물량을 137실로 대폭 축소했다. 사업성 확보를 위해선 오피스텔 물량을 줄이고 오피스 면적을 늘리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내 고급 오피스텔이라도 비아파트 시장 자체가 침체해 충분한 수요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피스 시장은 여전히 자연공실률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사업성 확보 면에선 유리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오피스가 늘어난 데 따른 임대 부담은 변수다. 정비위원회는 의결 조건으로 자산관리회사(AMC)가 업무시설을 분양하거나 임대할 때 입주 자격을 수도권에 있는 기업으로 한정하라고 명시했다. 비수도권 인구 유입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업계에선 서울 내에서도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수요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화는 그룹 계열사를 오피스 구역에 입주하게 해 사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한화그룹이 오피스를 일부 활용해 수요 부족 우려를 덜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오피스, 호텔, 판매시설은 자산관리회사를 통해 일괄 매각하거나 기관투자가 또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에 매각하겠다는 판매 계획도 별도로 제시했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어느 계열사가 입주할지 등 구체적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2008년부터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 감사원의 사업성 재검토 요구 등으로 10년 넘게 추진되지 못했다. 이후 서울시와 토지 소유자인 코레일이 개발 방향과 가이드라인을 다시 마련했다. 한화 컨소시엄이 2020년 사전협상제안서를 제출하며 사업이 재개됐다.
그동안 공터였던 철도 유휴부지(2만9000㎡)는 지하 6층~지상 최고 39층, 5개 동, 연면적 35만㎡ 복합단지로 탈바꿈한다. 연면적은 강남 코엑스(46만㎡)보다 조금 작다. 조성이 마무리되면 서울 강북권 최초로 2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컨벤션 시설이 들어선다.
최근 2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까지 마무리되며 착공만 남겨둔 상태다. 금융 주선을 담당하는 KB국민은행이 최근 2조1050억원 규모의 PF 모집을 마무리했다. 산업은행, 농협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이 선순위 투자자로 참여했다.
한화 컨소시엄은 이르면 다음달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계획대로 착공하면 2008년 개발 사업 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16년 만에 공사에 나선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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