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AMD가 신형 인공지능(AI) 가속기를 출시했다. 신제품이 글로벌 AI 가속기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제품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10일(현지시간) AMD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컨벤션센터에서 ‘어드밴싱 AI 2024’ 행사를 열고 AI 가속기 신제품 ‘MI325X’를 공개했다. 지난해 말 출시한 ‘MI300X’의 후속 제품이다. 기존 제품과 같은 아키텍처를 사용했지만 AI의 계산 속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유형의 메모리를 내장했다. AMD는 내년 1분기부터 델·슈퍼마이크로 컴퓨터·레노보 등이 MI325X 기반의 플랫폼을 제공하기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오는 연말 MI325X 양산을 시작해 내년 1월부터 본격 출하한다고 밝혔다.
올해 AI 가속기 관련 매출 전망치는 기존의 40억달러에서 45억달러로 상향했다. 폭발적인 AI 수요를 바탕으로 내년과 내후년 각각 차세대 가속기 ‘MI350’과 ‘MI400’을 출시할 것이라는 향후 계획도 밝혔다. 이날 취임 10주년을 맞은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AI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며 “모든 곳에서 투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번 제품은 엔비디아를 정조준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글로벌 AI 가속기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AMD는 2위 업체지만 아직 엔비디아와의 시장 점유율 차이는 크다. 이날 AMD는 이를 의식한 듯 MI325X의 성능을 재차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H200’과 비교했다. MI325X가 H200과 비교해 1.8배 더 높은 메모리 용량을 가졌고, 대역폭도 1.3배 더 많다는 게 AMD 측 설명이다. 수 CEO는 “MI325X는 신형 메모리 칩을 사용해 AI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는 데 엔비디아 제품보다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AMD는 MI325X 외에도 신형 중앙처리장치(CPU)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AMD의 신형 서버용 CPU ‘EPYC 5세대’는 저가형 저전력 8코어 칩부터 슈퍼컴퓨터용 192코어 500W(와트) 프로세서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노트북 시장을 겨냥한 ‘라이젠 AI 프로 300’ 시리즈도 내놨다. 지난해 출시한 1세대 라이젠 프로와 비교해 연산 성능을 5배 이상 늘렸다. 글로벌 CPU 시장 1위 업체 인텔을 겨냥한 듯 인텔 제품보다 40%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서버용 CPU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엔비디아의 맹추격을 허용해 최근 점유율이 20%포인트 이상 빠진 상태다.
올해 취임 10주년이 된 수 CEO는 TSMC 이외의 파운드리 업체를 고려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최신 AI 칩 생산을 위해 현재로서는 대만의 TSMC 외에 다른 칩 제조 업체를 사용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 이외 추가 용량을 활용하고 싶다”며 구체적으로는 TSMC의 애리조나 공장을 꼽았다.
다만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AMD 주가는 전일대비 4.0% 하락 마감했다. 반면 AMD가 정조준한 엔비디아 주가는 1.5% 상승 마감했다. 이날 발표가 시장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고, 신규 클라우드 컴퓨팅 고객사 발표가 적었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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