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연 3.50%인 기준금리를 연 3.25%로 인하했다.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한 가운데 심각해지고 있는 내수 부진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소폭 둔화된 것도 이같은 결정의 근거가 됐다.
이날 금통위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국도 글로벌 '피벗(통화정책 전환)'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2021년 8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시작된 긴축 사이클이 3년 2개월만에 인하로 전환된 것이다. 지난해 2월 금통위 때부터 시작한 금리 동결 기조도 1년 8개월만에 끝났다.
한은이 이같이 결정한 것은 경기와 성장 부진 우려 때문으로 파악된다.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 등을 줄여줘야 민간 소비·투자가 살아날 수 있다는 논리로, 정부와 여당이 끊임없이 한은에 인하를 압박하는 이유와 같다.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2% 감소했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통화정책의 최대 목표인 '2%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달성돼 금리 인하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도 크지 않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1.6%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의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가계부채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8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5조6029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대 은행에서 9월 한 달간 하루 평균 3451억원 새로 취급됐다. 8월(3596억원)보다 4%가량 적지만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평균 3934억원으로 8월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한은이 연 3.25%의 기준금리 영향을 상당기간 지켜보면서 완화기조를 점진적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제시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