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의 대표작인 소설집 '채식주의자'는 2010년 동명의 영화로 개봉된 바 있다. 임우성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고, 제26회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드라마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영화에는 연기파 배우 채민서, 현성, 김여진, 김영재, 윤지혜 등이 대거 출연했다.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 갑자기 채식주의를 선언하며 가족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과 불화에 놓이게 된 영혜와 형부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민호, 그 두 사람 사이에서 현실의 삶을 붙들고 살아가려는 언니 지혜의 이야기를 다뤘다.
극 중 민호는 영혜가 스무 살까지 몽고반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예술적 영감에 사로잡히고, 영혜는 형부의 비디오 작업을 위해 누드 모델로 나서게 된다.
채민서는 자신을 스스로 식물이라 믿고 육식을 거부하는 영혜를 표현하기 위해 단기간에 7kg의 체중을 감량, 또 파격적인 전라 노출을 감행했다. 갑작스러운 체중감량으로 채민서는 수혈을 받아 가며 촬영을 이어갔다는 후문이다.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한 '아기 부처'도 2011년 '흉터'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됐다. '채식주의자'에 이어 임 감독이 연출을 맡고 배우 박소연, 정희태가 출연했다.
뉴스앵커인 완벽주의자 상협과 동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평범한 가정주부인 선희, 이 두 부부의 비밀스런 상처와 사랑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산세바스찬 국제영화제의 '자발테기 신인감독 부문'에 초청돼 "짧은 러닝타임 안에 강렬한 이미지와 동양적인 신비로운 정서가 혼합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들은 작품성과는 별개로 흥행에는 모두 실패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 '채식주의자'는 채민서의 파격적인 열연에도 누적 관객수 3536명에 그쳤고, '흉터'는 256명의 관객을 모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노벨문학상을 계기로 아직 영화화되지 않은 한 작가의 책들이 영상으로 제작될지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를 첫 번째로 꼽고 있다. 이 작품은 2019년 '영화화되길 바라는 소설' 설문 조사에서 1위에 오른 바 있다.
한 작가는 '채널24'와의 인터뷰에서 "영화화 제안이 온다면 흔쾌히 수락하고 싶다"면서도 "사건 중심보다는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는"이라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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