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1일 11:4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 타운센드가 아시아 헤드쿼터를 홍콩에서 서울로 옮기기로 했다.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하는 마곡 원그로브(CP4)에 둥지를 틀고 인력을 배치한다. 연금 개혁이 성공하면 최대 5000조원까지 성장할 국민연금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 나가려는 해외 투자회사들이 마곡에 둥지를 틀고 있는 추세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타운센드는 최근 마곡 원그로브에 입주를 확정했다. 앤서니 프라마티노 타운센드 최고경영자(CEO)와 민 림 아시아 부문 대표는 사무소를 둘러보기 위해 지난 9일 방한해 원그로브를 둘러보기도 했다. 타운센드는 홍콩 사무소 인력 20여명을 국내에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타운센드는 부동산 재간접 펀드로 이름을 알린 투자회사다. 국민연금이 2000년대 시작한 해외 대체투자 초창기부터 인연을 맺고 부동산 공동 투자에 나서왔다. 현재 국민연금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위탁운용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타운센드가 홍콩에서 서울로 아시아 헤드쿼터를 옮기는 것은 서울이 중국보다 유망한 투자처로 예상돼서다. 홍콩은 대(對)중국 관문로로 통하며 금융 중심지 지위를 유지해왔으나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등 정치적 불안정성이 고조된 이후 이른바 ‘헥시트(홍콩+엑시트)’ 현상이 벌어졌다. 때문에 서울시도 용산국제업무지구에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헤드쿼터를 유치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경기 하락도 투자사들이 떠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서울의 경우 오피스가 견고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투자처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러 기관투자가가 즐비해 있단 점도 헤드쿼터 이전 요인으로 분석된다. 원그로브가 임차인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단 소식에 글로벌 투자사들이 국민연금과의 관계를 위해 마곡으로 입주하고 있다. 타운센드 외에도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 하인스, 홍콩계 운용사 피닉스 등이 원그로브에 임차할 예정이다. 부동산 개발회사 티슈먼도 임차를 검토하고 있다.
기금 규모 대형화에 따라 해외 운용사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금 개혁 이후 국민연금기금의 최대 규모는 당초 1700조원에서 5000조원으로 불어나게 될 전망이 나온다. 대체투자 규모도 기존보다 막대해질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부동산 투자에 55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 규모는 향후 10배 넘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마곡은 인천국제공항이나 금융 중심지인 서울 여의도와 가까워 입지적으로 외국계가 들어오기 수월한 편이다. 마곡 원그로브는 강서구 공항대로 일대에 지하 7층~지상 11층, 4개동 규모의 업무시설과 판매시설이다. 연면적(46만3204㎡) 기준 코엑스(43만㎡) 및 여의도 IFC(50만6205㎡)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국민연금은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 펀드를 통해 2조3000억원에 매입하기로 약정했다. 이후 지난해 말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며 부침을 겪었으나 대주단이 37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을 투입해 준공을 마쳤다.
외국계가 임차하더라도 원그로브를 모두 채우기까진 갈 길이 멀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 건물 특성상 10% 이상 임차해 줄 임차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타운센드가 임차하는 면적은 165㎡(약 50평) 안팎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기업 등 10% 이상 채워줄 임차인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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