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주장하고 있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 인해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줄 정도로 파장이 크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오히려 대중들의 관심은 문재인 전 대통령 부녀를 향해 쏠리는 분위기다.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음주운전' 사건 때문이다. 지난 1주일간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명씨보다 문 전 대통령 부녀의 검색량이 많았다.
최근 명씨를 둘러싼 이슈가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다혜씨의 음주운전 사건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다혜씨 사건은 엄밀히 따지면 비정치적 사안이지만, 그가 탄 차량이 과거 문 전 대통령의 차량이었다는 점, 문 전 대통령이 과거 음주운전을 살인행위로 규정한 점 등이 관심을 끌면서 정쟁 화두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현재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의 전 남편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로 적시된 상황이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전 대통령 일가 주변의 의심스러운 금전 거래에 이어 차량까지 양도된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이들이 '경제공동체'라는 심증을 굳혀가고 있다"고 했다.
다혜씨는 최근 국정감사에도 계속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다혜씨가 문 전 대통령 저서 디자인비 명목으로 과도한 대금을 수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의 운명'을 출간한 출판사가 2억5000만 원을 문다혜 씨에게 디자인 값으로 지불했다고 한다"며 "자식에게 증여나 상속할 때 세금 문제가 굉장히 엄격하다. 이렇게까지 디자인 값을 책정하는 것이 불법 증여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없는지 문체부에서 들여다봐야 한다"고 따졌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실제 전문 디자이너들도 그 정도로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1일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여당은 다혜씨의 혐의 적용, 소환 조사 수용 여부 등을 따져 물었다. 다혜씨에 질의가 집중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신정훈 행안위원장(민주당 소속)은 "문다혜 인사청문회가 아니다"라고 여당의 자제를 촉구했다.
다혜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현직 대통령 부부나 최근 논란이 되는 명씨, 제1야당인 민주당의 이 대표의 검색량을 넘어설 정도다.
이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지난달 30일~4일 전국 18세 이상 1504명,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 무선 97%·유선 3% ARS 방식, 응답률 2.6%)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전주 대비 2.1%포인트 올랐고, NBS 조사(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CATI 방식, 응답률 15.6%)에서는 전 조사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오차범위 내로 사실상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다혜씨 사건이 파장이 크면서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원 게시판에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문 전 대통령을 향해 "탈당하라"는 날 선 요구도 나오고 있다. 10·16 재보궐선거를 지난 총선에 이은 '제2의 정권심판 선거'로 치르려는 민주당은 진영 내 분열을 경계하며 관련 언급을 자제 중이다.
여당은 물론 야권에서도 문 전 대통령의 사과를 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다혜씨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게 "사과는 자주 할수록 손해 볼 게 없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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